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사법 당국은 26일, 파리 공항에서 체포된 러시아 출신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의 구금을 연장했다. 가디언은 그의 체포가 메시징 앱과 관련된 여러가지 혐의 때문으로, 세계적인 IT 거물의 경력에 또 다른 놀라운 반전을 가져왔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의 소식통에 따르면, 두로프(39세)의 구금은 담당 판사에 의해 현지시간으로 25일 밤 이후 부터 최대 96시간까지 연장되었다. 구금 기간이 끝나면 판사는 그를 석방하거나 기소하고 추가 구금을 명령할 수 있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사기, 마약 밀매, 조직 범죄, 테러 조장, 아동 포르노 방조 혐의 등에 대한 조사의 일환으로 두로프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두로프는 자신의 플랫폼인 텔레그램에서 범죄 행위를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현지 시간으로 24일 밤 개인 전용기를 타고 바쿠에서 파리에 도착한 후 체포되었다. 한 수사관은 두로프가 수배 중인 것을 알면서도 파리로 왔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표하며 “텔레그램의 활황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텔레그램의 성명
텔레그램은 성명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법을 포함한 EU 법을 준수하며, 콘텐츠 관리 또한 업계 표준 내에 있으며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파벨 두로프 CEO는 숨길 것이 없으며 유럽을 자주 여행한다. 플랫폼이나 소유자가 해당 플랫폼의 악용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 우리는 이 상황이 신속하게 해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당국은 프랑스가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리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두로프에 대한 접근을 요청했으며, 프랑스가 지금까지 상황에 대한 “관여를 피해왔다”고 말했다.
두로프는 2014년, 자신이 22세에 설립한 소셜 네트워크 VK에서 야당 단체를 폐쇄하라는 크렘린의 요구를 거부한 후 러시아를 떠났다. 그는 크렘린과 연계된 VK 소유주와의 분쟁 후 VK를 떠나 2013년 형 니콜라이와 함께 설립한 텔레그램에 집중했다.
초기 텔레그램은 다른 메시징 앱과 유사했지만, 이후 독자적인 소셜 네트워크로 발전했다. 사용자는 일대일 소통 외에도 최대 20만 명까지 참여할 수 있는 그룹에 가입하고, 다른 사람들이 팔로우하고 댓글을 달 수 있는”채널”을 만들 수 있다.
월간 활성 사용자 9억 5천만 명을 보유한 텔레그램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정보, 그리고 허위 정보의 주요 출처가 되었다.
다양한 시민권 보유
두바이에 거주하며 텔레그램을 운영하는 두로프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최근 베를린, 런던, 싱가포르,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비즈니스 환경과 “중립성”을 칭찬하며 두바이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UAE에서 텔레그램은 콘텐츠 관리에 대한 압력이 거의 없는 반면, 서방 정부는 혐오 발언, 허위 정보, 아동 학대 이미지 공유 및 기타 불법 콘텐츠를 단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텔레그램의 인기와 논란
텔레그램은 종단 간 암호화 메시징을 제공하며, 사용자가 팔로워에게 정보를 전파하는 채널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한다. 특히 구소련 지역에서 인기 있는 텔레그램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그의 측근,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역의 정치인들이 전쟁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또한 크렘린이 전면 침공 이후 언론 통제를 강화한 후 러시아인들이 갈등에 대한 여과되지 않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 중 하나다.
강한 보안으로 겉보기에 깨지지 않던 텔레그램을 극단주의자와 음모론자들의 안식처로 만들었다. 중앙 유럽 뉴스 사이트 VSquare의 탐사 저널리스트들은 텔레그램이 “좌파 및 우파 급진주의자, 미국 큐아논 및 음모론자 모두에게 ‘가장 선호되는’ 도구”가 되었으며, “급진적인 의견 형성을 위한 생태계”라는 결론을 내렸다.
텔레그램은 또한 지난달 사우스포트 댄스 수업에서 세 어린이가 칼에 찔린 사건 이후 영국과 북아일랜드에서 반이민 집회를 계획하는 극우 선동가들에 의해 널리 사용되었다.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 Hope Not Hate는 텔레그램이 극단주의 콘텐츠를 억제하기 위한 앱의 노력이나 관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인종차별주의자와 폭력적인 극단주의자들의 “선택받은 앱”이자 “반유대주의 콘텐츠의 오물통”이 되었다고 결론지었다.
러시아 전 대통령이자 현재 러시아 안보리 차관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두로프가 러시아를 떠나 해외 정보기관과 협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은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메드베데프는 “그는 오판했다”며 “우리의 모든 공동 적들에게 그는 이제 러시아인이며, 따라서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체포 이후 X(트위터)에 글을 올린 미국의 우파 논평가이자 음모론자인 터커 칼슨은 두로프를 “정부와 정보 기관의 명령에 따라 진실을 검열하기를 거부하는 모든 플랫폼 소유주에게 살아있는 경고”라고 묘사했다.
올해 초 칼슨과의 인터뷰에서 두로프는 앱이 “중립적인 플랫폼”으로 남아야 하며 “지정학적 플레이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두로프는 사용자들이 텔레그램 앱의 “독립성”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프라이버시, 자유를 사랑하며, 누군가가 텔레그램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다.”
억만장자 전기차 및 소셜 미디어 거물 일론 머스크는 두로프가 머스크의 X 인수를 “큰 발전”이라고 칭찬한 인터뷰 클립을 “#FreePavel” 해시태그와 함께 리트윗했다. 그는 두 번째 트윗에서 “Liberté! Liberté! Liberté?”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