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랍에미리트 제치고 17위
노르웨이 아래·사우디 위 순위
테더·서클·퍼스트디지털·팍소스 보유액 집계
미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 시 국채 편중 강화 전망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4곳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가 약 1824억달러(약 2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가별 미 국채 보유 순위에서 한국과 아랍에미리트를 앞서며 노르웨이에 이어 17번째 수준이다.
8일(현지시간) 암호화폐 매체 크립토슬레이트는 미 재무부 4월 데이터를 인용해, 테더, 서클, 퍼스트디지털, 팍소스 등 4개사가 보유한 미 국채 규모가 총 1824억달러라고 전했다. 이는 노르웨이(1959억달러) 아래, 사우디아라비아(1338억달러) 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테더는 1분기 보고서에서 1200억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보유 중이라고 밝혔으며, 최고경영자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지난 5월 CNBC 인터뷰에서 “보유 규모가 1250억달러를 넘었고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클은 5월 기준 미 국채 287억달러, 담보환매조건부계약 265억달러 등 총 552억달러 규모의 준비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회계법인 보고서에서 밝혔다. 퍼스트디지털은 5월 말 기준 13억달러 상당의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팍소스는 8억7800만달러 규모의 국채 담보 리포에 투자 중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주로 단기 국채에 투자하고 있다. 결제은행에서 당일 결제가 가능하고, 일일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현재 기준으로 5%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테더는 1분기에만 10억달러의 이익을 기록했으며, 준비자산의 80% 이상이 국채, 리포, 국채 전용 머니마켓펀드(MMF)로 구성돼 있다. 서클은 블랙록이 운영하는 ‘서클 리저브 펀드’를 통해 국채 및 리포에 투자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동일 영업일 내 환매도 가능하다.
서클의 아르도이노는 CNBC에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은행 시스템에 의존하지 않고 미 국채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는 수단”이라며 “테더의 보유 규모는 독일, 아랍에미리트, 스페인을 능가한다”고 말했다.
서클과 팍소스도 정책 보고서에서 유사한 입장을 밝혔다. 단일한 고유동성 자산에 집중된 준비금이 시장 불안 시에도 보유자의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현금 및 단기 미 국채로 제한하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 6월 미 상원을 통과한 ‘GENIUS 법안’은 기업이 금이나 회사채로 다변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유럽연합의 ‘MiCA(가상자산시장법)’는 유로 연동 코인에서 원자재 기반 자산 활용을 금지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재무책임자들은 이런 규제 방향이 기존 투자 전략과 부합한다고 보면서도, 특정 자산군에 대한 집중도가 연방준비제도 유동성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