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휴전 불발
미국·유럽 정상과 긴급 협의
양국, 전쟁포로 1000명 교환 합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첫 직접 협상이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된 직후 서방 동맹국들에게 대러 제재 강화와 외교적 압박 강화를 촉구했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2022년 3월 이후 처음으로 대면 협상을 가졌으나 휴전에는 합의하지 못했다. 협상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종료됐으며, 러시아 측은 만족스럽다는 평가와 함께 협상 지속 의지를 밝혔고, 양측은 각각 전쟁포로 1000명을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협상이 종료된 직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프랑스, 독일, 폴란드 정상과 즉각 전화 통화를 진행하며 러시아가 30일간의 휴전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협상단 관계자는 “러시아가 제시한 조건은 사실상 우크라이나 영토 철수를 요구하는 등 비현실적이고 수용 불가능한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도 “러시아의 입장은 명백히 수용 불가”라며 유럽 각국과 미국이 긴밀하게 대응 방향을 조율 중이라고 전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은 EU가 새로운 대러 제재 패키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대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는 양측이 향후 휴전에 대한 각자의 비전을 정리해 제시한 뒤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투자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협상은 전쟁포로 교환, 잠재적 휴전 방안, 입장 차이에 대한 이해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외무장관 안드리이 시비하도 EU 외교정책 대표 카야 칼라스와 협의 후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휴전을 위해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협상은 터키 하칸 피단 외무장관이 주재했으며, 러시아 대표단은 정장을, 일부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군복을 착용한 채 U자형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튀르키예 당국자는 협상 분위기는 차분했지만 차기 회담 일정과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협상에서 통역을 사용했으며, 미국 측 대표단 참여 요청은 러시아가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러시아 대표는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1년, 2년, 3년이라도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한편, 러시아는 이날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마을 한 곳을 추가로 점령했다고 발표했으며, 회담 직전 우크라이나 드니프로에서는 공습 경보와 함께 폭발이 발생했다.
푸틴 대통령은 휴전과 외교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이를 병력 재정비와 무기 확보에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나토 가입 포기와 중립국화, 영토 할양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항복 요구로 간주하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