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유럽의 엇갈린 태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 회원국들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채택할 가능성을 일축했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디크립트에 따르면, 라가르드는 30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트코인의 변동성과 불법 금융과의 연관성을 이유로 준비자산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녀는 “준비자산은 유동성이 높고, 안전하며,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집행이사회 내 공통된 견해”라며, “비트코인이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회 산하 중앙은행의 준비자산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미주 지역에서 비트코인을 정부 및 기관 투자 자산으로 받아들이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유럽 정치권은 여전히 회의적인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이 회원국들의 비트코인 투자를 직접 금지할 수는 없지만, 조사·제재·행정적 조치를 통해 정책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의 엇갈린 태도
비트코인은 지난 12개월 동안 150% 상승하며 미국 내 현물 비트코인 ETF 승인과 규제 환경 변화로 기관투자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국 일부 주정부는 자체적으로 비트코인 준비금을 마련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펜실베이니아·텍사스·일리노이 등 여러 주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2023년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이 비트코인을 미국 연방 준비자산에 추가할 것을 제안한 이후, 정치권 내 관심이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최근 취임 직후 암호화폐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하며 디지털 자산 시장을 연구할 대통령 직속 실무그룹을 신설했다. 다만, 해당 행정명령에서 비트코인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반면, 유럽에서는 정책 입안자들이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인정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공공 및 민간 부문의 비트코인 투자를 지지하는 정치인이 등장했으며, 최근 이탈리아 최대 은행이 100만 달러(약 14억 5,0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했다.
체코 중앙은행 총재 알레시 미흘(Aleš Michl)도 자국 준비자산에 비트코인을 추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유럽 정치권의 강한 반대 기류를 감안할 때, 비트코인을 유럽 국가들이 공식적인 준비자산으로 채택하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