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센트 “당장 해임보다 향후 인선 통해 영향력 행사 가능”
미국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해임하지 말 것을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센트가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며 파월의 임기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는 △연준의 금리인하 가능성 △해임 시 예상되는 법적 소송 △상원 인준 지연 등 현실적인 정치·법적 장애물을 제시하며 해임의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센트는 “경제가 양호하고 시장이 대통령의 정책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며 파월을 당장 해임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은 수개월간 수면 아래에서 거론돼왔으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관련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다만, 트럼프는 기자들에게 파월 해임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 “베센트가 파월 해임이 시장에 악영향을 준다고 설명할 필요 없다”며 “무엇이 미국과 시장에 좋은지는 내가 누구보다 잘 안다”고 썼다.
베센트는 파월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로, 파월이 임기 만료 전 해임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으며, 소송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 법상 파월 의장이 물러날 경우, 부의장 필립 제퍼슨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 제퍼슨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로, 파월과 정책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에 대해 트럼프 측 일부 참모진은 “시장 불안만 초래하고 통화정책에 대한 즉각적 영향력도 제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베센트는 파월 해임보다 내년 초 예정된 연준 인사를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준 이사 아드리아나 쿠글러의 임기는 내년 1월, 파월의 의장 임기는 5월에 종료되며, 이 과정에서 1~2명의 신규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파월의 해임 사유를 마련하기 위한 방식으로 연준 본부 건물 리노베이션 공사비 초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백악관 예산국장 러셀 보트는 약 25억달러(약 3조4600억원) 규모의 공사 예산에 대한 정밀 감사와 현장 점검을 추진 중이며, 이 사안이 ‘정당한 해임 사유(for cause)’로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연준 수장 교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백악관은 “대통령은 연준의 신뢰성과 책임성을 회복할 최적의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르면 9월 차기 의장 후보를 발표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후보로는 케빈 해셋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