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지지 속 공화당 주도 입법 드라이브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제 명문화
CBDC 발행 금지 법안
미국 하원이 ‘암호화폐 주간(Crypto Week)’을 선포하고 관련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화당 주도로 이뤄지는 이번 주 표결은 결제와 투자 방식을 전환시킬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암호화폐 지지 행보에 맞춰 하원에서 스테이블코인 규제안, 암호화폐 시장 구조 개편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금지법 등 3건의 핵심 법안을 다룰 예정이다.
지니어스법
이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법안은 이미 상원을 통과한 ‘GENIUS법’으로, 하원에서는 별도 수정 없이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이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자격과 운용 기준을 명확히 규정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상에서 달러를 빠르고 저렴하게 전송할 수 있게 해주는 디지털 자산으로, 초기에는 암호화폐 유동성을 위한 수단이었으나 현재는 글로벌 급여 지급 등 기업의 실사용 사례로 확대되고 있다.
KPMG의 토니 투츠는 “이번 법안은 소매업체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이는 데 있어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금융시장 또한 전통적인 현금 대신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전환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경우 결제 비용 감소와 빠른 정산을 기대할 수 있어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기존 결제망에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클래리티법
시장 구조 개편법안은 암호화폐 발행과 거래 전반에 대한 규제 프레임워크를 수립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상원도 유사한 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등록된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로운 법적 지위가 부여돼 기존 금융기관이 본격적으로 암호화폐 상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
투츠는 “이 법안이 시행되면 개인 브로커리지 계정을 통해 더 많은 암호화폐 상품이 거래되면서, 일반 투자자의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대거 유입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BDC 금지법
CBDC 금지법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디지털 달러를 발행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부 보수 진영은 CBDC가 정부의 사적 영역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번 입법 추진에 대해 서클의 정책 책임자 단테 디스파르테는 “오랫동안 산업계는 높은 수준의 규제 도입이나 실사용 사례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려 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와 함께 1억달러 이상을 보유한 정치행동위원회(PAC)들의 영향력도 의원들의 표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는 암호화폐 기업인 코인베이스가 규제 마련을 요청했다가 오히려 소송에 직면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다.
미 의회, 반대 목소리도
민주당 내 일부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민주당 간사 맥신 워터스 의원은 이 주간을 ‘반(反)암호화폐 부패 주간(Anti-Crypto Corruption Week)’이라고 명명하며 “위험한 법안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일가의 대규모 암호화폐 투자로 인해 이해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공화당은 대부분 의원이 당론에 따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민주당은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반대 입장을 밝히는 의원들은 강성 친암호화폐 유권자 기반의 도전을 받을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