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FTX 공동 창업자 게리 왕(Gary Wang)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거래소 사기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됐으나, 미국 검찰의 협조 공로를 인정받아 징역형을 면했다.
왕은 FTX 사기 사건의 주모자인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를 유죄 판결로 이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일 맨해튼 연방 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루이스 카플란(Lewis A. Kaplan) 판사는 왕에게 징역형 대신 시간 복역(time served)을 선고했다.
카플란 판사는 왕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 사건 중 하나를 해결하는 데 신속하게 협조함으로써 자신과 국가를 위해 옳은 일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검찰 측이 왕의 협력을 극찬한 것에 놀라움을 표하며 “이와 같은 협조는 본 적이 없다”며 “왕은 엄청난 공로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다”고 덧붙였다.
FTX 붕괴 후 첫 번째 협력자 ‘게리 왕’
왕은 2022년 말 FTX 붕괴 이후 미 검찰청에 협조한 첫 번째 인물이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 심지어 법무부가 금융 시장 사기를 적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자금을 자매 헤지펀드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로 유용하는 다년간의 사기를 주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유용된 자금은 고급 부동산, 정치 자금 기부, 위험한 투자에 사용됐다.
왕은 법정에서 “내 선택을 깊이 후회한다”며 “내가 하는 어떤 일도 그 선택을 만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FTX 파산 절차를 돕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자유롭게 남아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SBF와 MIT 동문, 수학 캠프에서 만나 FTX 공동 창업
왕과 샘 뱅크먼-프리드(SBF)는 10대 시절 수학 캠프에서 만나 MIT에서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며 오랜 친구로 지냈다. 뱅크먼-프리드는 왕을 설득하여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직을 그만두고 알라메다 리서치 설립을 돕도록 했다. 몇 년 후, 두 사람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FTX를 출범시키며 젊은 억만장자가 되었다.
니콜라스 루스(Nicolas Roos) 미국 연방 검사는 왕이 수사 초기 단계부터 FTX 코드를 즉시 해독하여 수사 속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루스는 “그는 첫날에 사건의 절반을 해독했다”며 “FTX 코드는 왕과 같은 전문가만 이해할 수 있는 ‘산스크리트어’와 같았다”고 말했다.
또한 왕은 사기에 대해 뒤늦게 알았고, 오랫동안 연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루스는 사기에 제한적인 역할을 한 왕과 같은 사람이 혐의에 맞서 싸우는 것을 선택하기는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왕의 변호인은 왕이 다른 FTX 임원들과 달리 고객, 대출 기관 또는 투자자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고객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왕은 뱅크먼-프리드와 함께 일한 첫해 수입으로 부모님의 주택 담보 대출을 갚았고, 동료들이 전용기를 타고 여행하는 동안 그는 일반석을 이용했다.
다른 FTX 임원들은 징역형 선고받아
한편, 다른 FTX 임원들은 카플란 판사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알라메다 리서치 전 CEO이자 뱅크먼-프리드의 전 여자친구인 캐롤라인 엘리슨(Caroline Ellison)은 검찰과의 협력이 “놀랍다”는 칭찬을 받았음에도 9월에 2년형을 선고받았다.
FTX 바하마 지사를 이끌었던 라이언 살라메(Ryan Salame)는 현재 7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광범위한 정치 자금 조성 계획에 참여한 혐의를 인정했지만,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지 않았다.
왕과 엘리슨처럼 뱅크먼-프리드에 대해 증언한 전 FTX 수석 엔지니어 니샤드 싱(Nishad Singh)은 징역형을 면하고 3년의 보호 관찰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