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결제 시스템 진입 장벽 두고 전통 은행·가상자산 업계 충돌

미 연준 결제망 접근 권한 쟁점
은행권, 숙련 기간 요구

미국 연준 결제 시스템의 직접 접속 권한을 둘러싸고 기존 전통 은행권과 가상자산 기업 간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은행권은 안정성을 이유로 신규 진입자의 접속 유예를 주장하는 반면, 가상자산 업계는 은행 중개 없는 직접 결제 체계 구축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1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은행정책연구소(BPI), 결제소협회, 금융서비스포럼은 공동 의견서를 통해 가상자산 기업이나 핀테크 기업이 연준 결제 계좌를 신청하기 전 최소 12개월의 운영 기록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규 인가를 받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운영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결제 시스템 접근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현재 가상자산 기업은 연준의 결제망을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파트너 은행을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 자금세탁방지 등 규제 준수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결제 기업이 은행 중개 없이 연준 시스템에 직접 접속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스키니 계좌(Skinny account)’ 도입안이 논의되면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권 단체는 2월 6일 제출한 의견서에서 해당 제안이 금융 시스템 보호 장치를 포함하고 있으나, 신규 인가 기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예금 인출 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금융 규제 감시 단체인 베터마켓은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결제 계좌 제공을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다수의 핀테크 및 가상자산 기업은 지니어스법(Genius Act) 시행에 발맞춰 국립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하며 연준 마스터 계좌(Master account)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립신탁은행 인가를 보유한 엔커리지디지털뱅크는 가장 엄격한 심사 기준이 적용되는 ‘3단계’ 등급으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미국은행가협회(ABA)는 마스터 계좌 접근 권한을 연방 예금 보험에 가입하고 연방 은행 규제 기관의 직접 감독을 받는 ‘1단계’ 기관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내부에서도 연준의 제안이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서클과 엔커리지디지털뱅크는 현재 방안이 연간 수조 달러 규모를 처리하는 자동결제시스템(FedACH) 접속을 허용하지 않는 점을 문제 삼았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해 스키니 계좌에 대해 당좌대월이나 재할인창구 대출 기능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핀테크협회는 오버나이트 잔액 한도를 5억 달러(약 7350억원) 또는 총자산의 10% 중 적은 금액으로 설정한 규정이 대형 결제 기업에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엔커리지디지털뱅크는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을 매 영업일 종료 시 파트너 은행 계좌로 이체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지적하며, 연준 준비금 계좌 잔액에 대한 이자 수익 지급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코인베이스 글로벌이 스테이블코인 USDC 보유자에게 제공하는 3.5% 수준의 보상 체계도 논의 대상에 올랐다. 은행권은 이러한 방식이 전통 금융권의 예금을 이탈시켜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백악관은 이달 말까지 해당 사안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위해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비영리 단체 베터마켓은 의견서를 통해 해당 제안이 결제 계좌를 신청하는 기관들이 금융 시스템에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연준이 이미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서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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