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리퍼블릭 은행 압류 여파…부동산·채권 충격에 신뢰 흔들
영국 텔레그래프는 2일(현지시간), 미국 내 약 4,800개 은행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자본 부족 상황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은행 시스템은 점점 더 깊은 위기에 빠지고 있으며, 더욱 광범위한 금융 불안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이번 주 미국 은행 주가가 크게 하락한 배경에는 5월 1일 미국 연방 규제 당국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압류한 사건이 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는 퍼스트 리퍼블릭의 예금과 대부분의 자산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부동산·채권 시장 붕괴와 은행 시스템 충돌
보도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과 채권 시장의 붕괴가 미국 은행 시스템 내 약 9조 달러 규모의 무보험 예금과 충돌했다고 전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은행 전문가 아밋 세루 교수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수천 개의 은행이 침수 상태”라며 “이 문제는 실리콘밸리은행이나 퍼스트 리퍼블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은행 시스템 전반이 파산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루 교수는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315개 이상의 미국 은행이 현재 보유한 자산이 부채보다 적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 은행 시스템의 실질 자산 가치는 회계상 장부가보다 2조 2,000억 달러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이 가운데에는 대형 은행들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고금리 정책은 아직 전체 경제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전체 부채는 약 31조 7,00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는 시스템 전반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암호화폐 시장, 위기 속에서 반등세
이번 은행 위기와 관련해, 비트코인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등장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낙하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이번 주 은행주 약세 속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소폭 반등해 전체 시가총액은 1.3% 증가한 1조 2,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당일 기준 약 2% 상승했지만, 4월 중순 이후 하락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미국 금융 당국은 이러한 위기를 인식하고 있으며, 동시에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도 병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