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5월 백악관 회의서 법무장관이 직접 보고”
피해자 보호 이유로 자료 추가 공개 않기로
지지층 사이 반발 이어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문서에 자신의 이름이 언급돼 있다는 사실을 법무부로부터 보고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월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 보도에 따르면, 팸 본디 미국 법무장관과 토드 블랑셰 부장관은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당 사실을 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는 여러 현안을 다루는 정례 브리핑이었으며, 엡스타인 관련 내용은 주요 안건은 아니었다. 법무부는 엡스타인 문서에 트럼프뿐 아니라 수많은 고위 인사의 이름이 포함돼 있으며, 이는 과거 엡스타인과 사적으로 교류한 기록으로, 범죄 연루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해당 자료에 피해자 신상정보와 아동 음란물이 포함돼 있어 추가 공개는 어렵다고 판단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디 장관은 올해 2월 “엡스타인 고객 명단이 내 책상 위에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난 15일 기자 질문에 대해, “그녀가 내 이름이 언급됐다는 말을 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법무부는 7월 7일 공식 웹사이트에 발표한 성명에서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은 존재하지 않으며, 기소되지 않은 제3자에 대한 수사를 개시할 만한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공개 대상이 되는 추가 자료도 없으며, 관련 정보 상당수는 피해자 보호와 아동 음란물 확산 방지를 위해 재판에서도 비공개로 취급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측은 과거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이상한 행동 때문에 클럽에서 쫓아냈다”며, 2006년 엡스타인이 처음 기소되기 이전에 교류를 끊었다고 주장해왔다. 엡스타인은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유죄를 인정한 뒤 성범죄자로 등록됐고, 2019년 성매매 혐의로 다시 기소된 후 구치소에서 사망했다.
엡스타인 문서 비공개 결정은 트럼프 지지층 내에서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엡스타인 관련 정보가 ‘글로벌 엘리트’와 유력 인사들을 드러낼 것이라 믿었던 일부 지지자들은 공개 약속을 철회한 것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인용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는 최근 참모들에게 엡스타인 이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FBI는 엡스타인 수사와 관련해 총 300GB 분량의 디지털 및 문서 자료를 확보했으며, 이 중 일부에는 대배심 증언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본디에게 대배심 증언의 공개를 법원에 요청하라고 지시했고, 본디와 블랑셰는 법원에 제출된 의견서에서 “공공의 이익”을 이유로 공개 허가를 요청했다. 다만, 대배심 자료는 원칙적으로 비공개 대상이며, 법원이 이를 허용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엡스타인의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슬레인 맥스웰과의 면담도 추진 중이다. 맥스웰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진상 규명 의지에 감사한다고 밝혔으며, 현재 항소를 통해 유죄 판결 무효화를 시도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문서 공개 여부를 두고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FBI 국장 캐시 파텔과 부국장 댄 본지노는 추가 공개에 찬성했지만, 법무부 결정에 따라야 했다. 이후 본디와 본지노는 언론 유출 문제를 두고 격하게 충돌했고, 일부 관계자는 이로 인해 내부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