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요구에 공화당 지도부 일정 조기 종료
미국 하원이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문서 공개 요구를 둘러싼 논쟁으로 파행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2일(현지시간), 공화당 지도부가 일정 단축을 결정해 이번 주 회기를 조기 종료하고, 관련 표결은 9월 이후로 미뤘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이 엡스타인 관련 자료 추가 공개를 촉구하면서, 민주당이 이를 본회의 표결에 부칠 경우 공화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공화당 지도부는 22일 예정됐던 하원 규칙위원회 회의를 취소했다. 규칙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본회의에서는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법안만 상정할 수 있다.
공화당 랠프 노먼 하원의원은 자신이 발의한 관련 결의안이 지도부에 의해 지연되고 있다며 “국민은 변명보다 행동을 원한다. 휴회 전 반드시 표결해야 한다”고 X(옛 트위터)에 밝혔다.
논란의 발단은 이달 초 미 법무부가 FBI의 엡스타인 수사 자료에 대한 추가 공개를 거부한 데서 비롯됐다. 법무부는 “철저한 검토 결과, 엡스타인의 고객 명단이나 새롭게 공개할 만한 자료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냈으며, FBI는 엡스타인이 2019년 구금 중 자살했다는 검시 결과를 재확인했다.
일부 트럼프 지지 성향 공화당 의원들은 이번 발표를 “은폐”로 간주하며 강하게 반발했고, 민주당 측에서도 엡스타인과 관련된 정부 보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지금 당장 엡스타인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며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이날 미 법무부는 엡스타인의 오랜 동료였던 기슬레인 맥스웰에 대한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토드 블랑쉬 법무부 부차관은 X에 “맥스웰이 피해자에 대한 범죄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정부는 그 내용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썼다.
맥스웰 측 변호인 데이비드 오스카 마커스는 “정부와 논의 중이며, 맥스웰은 언제나 진실만을 증언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진실 규명 의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공화당 주도로 맥스웰에 대한 소환장 발부를 의결했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최대한의 투명성”을 강조하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련 사안을 주도적으로 처리할 시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엡스타인·맥스웰의 성범죄 사건과 관련된 대배심 기록의 공개를 위해 법원에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존슨 의장은 초당적 공개 결의안을 추진한 공화당 토머스 매시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 사안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매시 의원은 “하원을 조기 폐회한 것은 존슨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입장 차이를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상원 공화당 대표 존 튠 의원은 관련 대응에 대해 “위원장들이 판단할 문제”라고 언급하며 구체적 입장 표명은 피했다.
맥스웰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 엡스타인과 공모한 혐의로 20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플로리다 탈러해시의 연방 교정시설에 수감 중이다. 형기는 2037년까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