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S 강제 합병 과정서 170억 달러 채권 가치 증발…투자자들 “불공정한 절차” 주장
BBC 뉴스는 2일,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투자자들이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크레딧 스위스(Credit Suisse)와 UBS의 강제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 손실과 관련해 국제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3월, 스위스 당국은 크레딧 스위스의 붕괴를 막기 위해 UBS와의 긴급 합병을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총 170억 달러(약 23조 원) 규모의 AT1(신종자본증권) 채권이 전액 소각됐다.
채권 손실 배경과 투자자 반발
싱가포르의 한 익명 채권 보유자는 “모든 것이 너무 급하게 진행됐다”며, 크레딧 스위스가 규제 문제와 각종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해 50만 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문제의 AT1 채권은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은행이 위기에 처할 경우 손실을 먼저 감당하도록 설계된 고위험 채권이다. 많은 투자자들은 이러한 구조를 인지하고 있었지만, 이번 사례처럼 투자 가치가 완전히 0으로 사라지는 방식과 합병 절차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채권 보유자들은 “왜 주식 투자자들은 UBS 주식으로 교환받아 손실을 회복할 수 있었는데, 채권 투자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는가”라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법적 대응과 피해 사례
채권 보유자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퀸 임마누엘(Quinn Emanuel)은 “스위스 규제 당국의 조치가 전 세계 수천 명의 개인 투자자에게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소속 변호사 에파미논타스 트리안타필루는 “채권 보유자들이 비정규 행정 절차를 통해 권리를 박탈당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손실로 인해 평생 모은 자산을 잃었다며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고 있다. 한 아시아 채권 보유자는 “스위스와 스위스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투자자인 찬드라 씨는 “크레딧 스위스가 주가 하락 전에 오히려 채권 매입을 장려했다”며,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면 작은 투자자들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레딧 스위스와 UBS의 입장
크레딧 스위스는 현재 소송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소송의 성패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스위스 법상 일정 기간 내에만 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법적 대응의 시급성을 지적하고 있다.
크레딧 스위스와 UBS의 합병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이번 사태는 주식과 채권 투자자 간 명확한 차별로 비화되면서 투자자 보호 문제를 둘러싼 국제적인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