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이상 관세 발표에 위험자산 투자심리 위축…비트코인 5% 하락
- 글로벌 증시 급락·동맹국 강력 반발
가상자산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 여파로 압박을 받았다고 3일 CNBC가 보도했다. 투자자들이 글로벌 무역전쟁 우려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은 물론 관련 종목들도 동반 하락했다.
4월 3일 오후 10시 20분(한국시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전일 대비 5% 하락한 8만2000달러(약 1억2200만원)를 기록했다. 이더리움은 7% 하락했고, 솔라나 연동 토큰은 13% 급락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비트코인 투자기업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개장 전 거래에서 각각 7% 이상 하락했다.
시장 불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대규모 관세 조치에서 비롯됐다. 트럼프는 일부 국가에 대해 최소 10%에서 그 이상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회피 심리가 확산됐다.
21셰어스 소속 가상자산 투자전문가 데이비드 에르난데스는 “비트코인은 지난 한 달간 8만~9만달러 범위에서 거래되며 기술적 지지선을 지켰다”며 “주식시장과 비교하면 가상자산 시장은 여전히 탄탄한 수요를 바탕으로 강한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관세율이 예상보다 다소 높았지만 정책 범위와 규모가 명확히 제시됐다는 점에서 시장에는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기관투자자들이 저평가된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증시 급락·동맹국 강력 반발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번 조치 발표 직후 아시아와 유럽 주요 증시는 급락했고, 미국 다우지수 선물은 3% 가까이 하락했다. S&P500과 나스닥100 선물도 각각 3.5%, 4% 이상 떨어지는 등 글로벌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피치 레이팅스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 올루 소놀라는 “미국의 전체 평균 관세율이 지난해 2.5%에서 약 22%로 치솟을 것”이라며 “이 같은 수준은 100년 전 무역정책으로 회귀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 세계 여러 국가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대부분의 경제전망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EU·호주 등 전방위 반발…“미국 신뢰성에 타격”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국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를 “전형적인 강압 행위”라고 비판하며, 구체적인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유럽연합(EU)은 20%의 포괄적 관세 부과 대상이 되었으며,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질서 없는 혼란 속에 명확한 기준도 없다”며 “철강에 대한 기존 미국 관세에 대한 보복 조치를 준비 중이고, 협상이 결렬될 경우 추가 대응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는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지만, 동맹국 내에서는 미국의 돌발적인 정책 전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로위연구소 동남아프로그램 수석 수재너 패튼은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동맹으로 비춰지고 있다”며 “이는 중국이 주장하는 미국의 비일관성과 단기성을 강화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는 “호주는 10% 포괄적 관세 부과로 비교적 가볍게 지나갔지만, 이번 조치는 동맹국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밝혔다.
중국 겨냥한 34% 관세…펜타닐 문제까지 연계
중국산 수입품에는 기존 20%에 더해 34%의 관세가 추가 부과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펜타닐 및 그 전구체의 미국 내 유입을 제대로 차단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관세 조치의 명분으로 제시했다. 현재 중국산 가전, 기계, 의류 등의 일부 품목은 기존에도 최대 45%의 관세가 적용돼 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미국산 수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핵심 원자재 수출 통제 및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를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유럽연합(EU)도 협상이 실패할 경우에 대비해 보복관세 초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무질서 속 질서가 없다. 명확한 방향성도 없다”며 “관세는 우리 기업과 이해에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는 “차분하고 냉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지만, 다수 정부와 관계자들은 미국의 예측불가능성과 파트너로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호주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는 “이번 조치는 우정 있는 동맹국의 행보로 보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동맹엔 예외 조항…한국·대만 반도체·제약 등 잠정 유예 가능성
백악관은 반도체, 의약품 등 일부 산업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혀 한국과 대만 등 일부 동맹국에는 일시적 안도감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실질적인 면제 여부와 절차에 대한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이번 관세 정책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 ‘경제적 해방(Liberation Day)’의 일환으로 소개됐지만, 동맹국과의 무역 관계는 물론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에도 중대한 도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