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고인플레이션 속 스테이블코인 사용 급증

블록체인 분석 회사 체이널리시스가 9일 발표한 ‘2024년 암호화폐 지리 리포트’ 라틴 아메리카 편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많은 국가에서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스테이블코인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자국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대책으로 중요한 금융 도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3년 7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라틴 아메리카 지역의 암호화폐 수취액은 전 세계 총액의 9.1%(약 549조 5,000억 원)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2.5% 증가한 수치로, 조사 대상 지역 중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국가별 암호화폐 수취액은 아르헨티나가 911억 달러(약 120조 원)로 1위, 브라질이 903억 달러(약 119조 원)로 2위를 차지했다.

1만 달러 이하의 개인 거래에서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은 반면,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은 2023년 3분기부터 급증했다.

체이널리시스는 스테이블코인 사용량 증가에 대해 “불안정한 시장에서 암호화폐의 역할과 정부의 금융 정책에 관계없이 암호화폐를 채택함으로써 국민들이 자신의 금융 미래를 어떻게 더 잘 관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아르헨티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 급증…전체 암호화폐 거래의 61.8% 차지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서 아르헨티나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콜롬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자국내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 중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1.8%로, 세계 평균 44.7%를 크게 웃돈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은 불안정하며, 2023년 후반까지 인플레이션율은 약 143%에 달했다. 아르헨티나 페소(ARS) 가치는 급락했고, 국민 10명 중 4명이 빈곤에 처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쇼크 요법’이라 부르는 ARS 50% 절하를 발표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사용량이 급증했다.

라틴 아메리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 Bitso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2월 ARS가 0.002달러 아래로 떨어지자 다음 달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1,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거래량은 계속 증가하여 2024년 3월부터 3개월 동안 6,000만 달러 이상, 6월에는 5,000만 달러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했다.

아르헨티나에서 1만 달러 이하 스테이블코인 수취액은 다른 암호화폐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아르헨티나 국민들이 인플레이션과 통화 절하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라질, 기관 투자 활발

브라질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자국내 전체 암호화폐 거래량의 59.8%를 차지하며, 라틴 아메리카에서 아르헨티나 다음으로 많다. 이는 세계 평균 44.7%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현지 거래소 기준 스테이블코인 거래액은 전년 대비 207.7% 증가했으며, 비트코인, 이더리움, 알트코인보다 증가 폭이 크다.

브라질 암호화폐 미디어 ‘Brazil Crypto Report’ 창립자 아론 스탠리는 가치 보존 수단으로 미국 달러를 사용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제공하는 현지 거래소와 브로커가 늘고 있지만, 현재 주요 사용 사례는 기업 간 국경 간 결제라고 말했다.

브라질에서는 기관 투자자의 암호화폐 투자가 활발하다. 2023년 후반 100만 달러 이상 기관 투자 규모 거래는 29.2% 증가했으며, 2023년 4분기부터 2024년 1분기에는 48.4%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와 이더리움 현물 ETF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승인되면서 기관 투자자의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거래량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