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바르 가치 하락, USDT 결제 확장
베네수엘라에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가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고 27일 파이낸셜타임즈가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화폐 볼리바르의 가치 하락과 비공식 달러 환율 사이트 단속이 겹치면서, 상점 결제와 급여 지급에 가상자산 활용이 넓어졌다는 내용이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소매점부터 전국 체인까지 결제 플랫폼 ‘바이낸스’와 ‘Airtm’을 도입해 결제를 받고, 일부 사업장은 급여 지급에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체이널리시스 집계로 2024년 6월까지 1년간 사용이 110% 늘고, 국가별 채택 순위가 13위로 상승했다. 더불어 정부가 지난 10월 외환 방어를 중단한 뒤 6월까지 볼리바르가 70% 넘게 급락하고, 베네수엘라 재정관측소 기준 5월 연간 물가상승률이 229%로 치솟으면서, 일상 결제는 물론 저축 수단까지 가상자산으로 옮겨가는 흐름이 강화됐다.
아울러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볼리바르 지지를 명분으로 비공식 달러 환율 게시 사이트 운영자들을 대거 체포하고 중앙은행 물가 공개를 10월 이후 중단하자, 독립 연구자 억압이 이어졌고 재정관측소도 5월 이후 수치 공개를 멈췄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저임금·외화 부족·은행계좌 접근성 한계 속에서 필요에 따라 가상자산을 쓰기 시작했다”는 아론 올모스(카라카스 이에사 경영대학원)의 설명이 현지 분위기를 대변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셰브런’의 베네수엘라 원유 생산·수출 재개를 허용해 달러 유입이 예상되지만, 과거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시민들은 신중하다. 아니발 가리도(안드레스 베요 가톨릭대)는 “왜곡된 경제에서는 판단력이 자본보다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고위 인사 일부가 제재 회피·자금세탁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된 가운데, 정부는 2018년 국영 가상자산 ‘페트로’를 도입했지만 확산하지 못해 지난해 폐기했고, 2023년에는 석유 연계 거래 비리 의혹 속에 주요 거래소 감독 기구를 닫았다.
실사용 측면에서는 USDT가 중심이다. 카라카스의 철물점 회계 담당 가브리엘 산타나는 “볼리바르가 들어오면 바이낸스에서 USDT를 산다. 환전 손실이 있어도 물가 상승과 환율 하락이 이를 상쇄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제재로 금융권 연계 서비스 접근성이 제한되고 제재 연루 계정이 차단되는 제약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가리도는 “플랫폼·인프라·연결성 제약 속에서도 생태계가 성장하고 있으며, 비판적이고 정보에 밝은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카라카스 도심 상인 마시엘 브롱코는 “USDT 결제를 받지 않으면 손님을 오지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