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거래 불가능한 원화 구조” 지적
비달러 스테이블코인 실효성 공통 과제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범사업을 중단하고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실험으로 방향을 선회했지만, 원화의 ‘역외 거래 제한’ 구조가 이러한 실험의 확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매체 코인데스크는 14일 “한국의 원화는 사실상 ‘역내 고립통화(onshore currency)’로, 이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수요를 제한하는 구조적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뱅크가 발행·보관 등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전반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고, 업비트와 네이버페이는 원화 기반 결제용 토큰 발행을 공동 추진 중이다. 이들은 특히 ‘김치 프리미엄’ 해소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려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정부는 외환시장 개방 확대와 외국인 접근성 제고, 주요 글로벌 지수 편입 등을 목표로 외환 시장 구조 개선을 추진 중이며, 이 과정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효율성 및 금융시장 연계성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그러나 크인데스크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실효성에 결정적인 장애물은 바로 ‘역외 거래 제한’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외환 투기 차단과 통화정책 자율성 유지를 위해 모든 원화 거래를 국내에서만 허용하고 있으며, 해외 기관 간 원화 거래는 금지돼 있다. 외환거래는 반드시 한국 내 지정 중개기관을 거쳐야 하며, 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역외 사용을 사실상 차단하는 구조다.
홍콩대 경제학과 베라 위엔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통화 당국의 정책 통제력을 약화시키고, 비의도적 달러화 유도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당국의 제한적 접근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이미 계좌 간 자금이체가 24시간 365일 즉시 처리되고 수수료도 없기 때문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이점이 거의 없다는 점도 현실적 제약으로 지적된다. 이로 인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실질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은 국경 간 결제 등 해외 활용인데, 바로 이 부분에서 한국 외환제도가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도 유사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대만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 신타이완달러(NTD)에 대해 자본통제를 두고 있지 않지만, 해외 사용은 제한되고 있으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현지 은행만 가능하고 100% 역내 준비금과 외환보고 의무 등 엄격한 조건이 부과된다. 이는 사실상 국제적 유통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반면,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에 고정되어 있고 역외 사용 제한이 없어 국제 활용도가 훨씬 높다.
코인데스크는 “장기적으로 원화·신타이완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하더라도, 그 용도는 국내 시장에 한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는 비중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