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미국 관세 앞두고 8월 1일 전 협상 마무리 시도
농업·자동차·디지털 규제·투자 조건 핵심 쟁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관세 합의 후, 한국도 유사한 수준의 무역 합의를 추진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워싱턴에 도착해 8월 1일 협상 마감 시한 이전까지 미국과의 무역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과 이달 초 한국 수출품에 대해 최대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앞서 일본과 15% 관세를 조건으로 △미국산 자동차·쌀 수입 확대 △5500억달러(약 760조원) 규모 미국 내 투자 등을 약속받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이미 대부분의 관세를 철폐한 상태여서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 수입 확대를 담은 2018년 협정 개정 이후에도 2024년 기준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660억달러(약 90조원)로 늘어난 상황이다.
보도에 따르면 26일 예정됐던 김 장관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 간 회담은 일정 문제로 취소됐으며, 새로운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양국 간 협상 쟁점에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 △자동차 산업 △디지털 서비스 규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등이 포함됐다. 특히 미국 축산업계는 한국의 ‘30개월 초과 쇠고기 수입 금지 조치’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국내 농민단체는 이를 받아들일 경우 “농업은 붕괴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쌀과 쇠고기 시장을 협상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연합뉴스가 전했다.
또 미국 기술기업들은 한국의 위치정보 서비스 제한과 공정위의 강도 높은 규제 조치에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LNG(액화천연가스) 사업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에 추진 중인 440억달러 규모 가스관 프로젝트에 일본이 공동 참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은 이미 루이지애나산 LNG 수입 계약을 보유 중이며, 알래스카 프로젝트에 대해선 고비용과 수요 감소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이다.
현대차는 지난 3월 미국 내 210억달러 규모의 자동차 공장 투자를 발표했고, 삼성전자·LG·SK그룹도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이 소비자 세액공제 혜택을 축소한 이후 투자 수익성은 떨어진 상태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의 운용 자산은 2060억달러 수준으로, 일본이 약속한 5500억달러 투자에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은 이에 따라 대규모 현금 투자 대신 △조선 △반도체 등 분야에서 미국 제조 역량 강화를 위한 산업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미국 조선사와 손잡고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선박을 공동 건조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