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 브리지 해킹 후 세탁에 사용”
개발자 로만 스톰, 최대 징역 45년형 직면
美 검찰, 토네이도 캐시는 “더러운 돈의 거대한 세탁기” 비유
미국 뉴욕에서 시작된 암호화폐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의 공동 창업자 로만 스톰의 형사 재판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속개됐다.
이 자리에서 엑시인피니티(Axie Infinity) 개발사 스카이마비스의 최고기술책임자(CTO) 비엣 안 호가 증인으로 출석해, 북한 해커들이 이더리움 브리지를 해킹한 사건 당시 자금세탁 수단으로 토네이도 캐시를 사용한 정황을 설명했다.
호는 증언을 통해 “북한 연계 해커들이 스카이마비스 직원에게 악성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도록 유도했고, 이후 스카이마비스 블록체인과 이더리움을 연결하는 브리지를 해킹해 6억달러(약 8310억원) 상당의 암호화폐를 탈취했다”며 “이 중 상당 금액이 토네이도 캐시를 통해 자금세탁됐다”고 밝혔다.
같은 날 증인으로 출석한 NFT 사기범 안드레 라쿠나는 2022년 약 110만달러(약 15억원) 규모의 NFT 판매금 세탁을 위해 토네이도 캐시를 사용하려 했던 과정을 상세히 진술했다. 그는 “여러 지갑을 사용해도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결국 토네이도 캐시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미국 검찰은 이번 재판에서도 토네이도 캐시가 범죄자들의 자금세탁 도구로 사용됐다는 점을 입증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스톰 측은 해당 프로토콜이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기술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토네이도 캐시는 2022년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으나, 올해 법원의 판단에 따라 제재가 해제됐다. 법원은 ‘소유자 없는 자동 실행형 소프트웨어’는 제재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로만 스톰은 자금세탁 공모, 무허가 송금업 운영, 제재 위반 혐의로 기소됐으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4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한편, 지난 15일(현지시간) 로만 스톰의 형사 재판 첫날, 검찰 측은 ‘세탁기 비유’를 활용해 토네이도 캐시를 ‘더러운 돈의 거대한 세탁기’로 묘사했다. 미국 연방검사 케빈 모슬리는 스톰을 해당 세탁소의 운영자에 비유하며, 세탁소문의 열쇠를 가지고 있으며 수수료로 전기·가스 요금까지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톰이 수익을 챙기고, 다른 계좌를 통해 이를 은폐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서 스톰 측은 시각 자료를 통해 이더리움 트랜잭션 처리 방식, 노드의 역할, 이더스캔(Etherscan)을 통한 추적 가능성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기술적 이해를 강조했다. 또한 “스톰은 정당한 도구를 만들었고, 이후 제3자에 의해 악용된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