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사용 내역, 블록체인 통해 드러나…푸틴 정권 보안 허점 지적”
러시아 군사 및 정보기관이 비트코인(BTC)을 조직적으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해커들과 블록체인 분석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최소 986개의 고유한 비트코인 지갑을 사용해왔으며, 이들 지갑 상당수가 국가 정보기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밝혔다.
코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가 4월 26일 공개했다가 최근 삭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지갑들은 러시아의 해외 군사 정보국(GRU), 연방보안국(FSB), 해외 정보국(SVR) 등과 관련된 것으로 분석됐다.
OP_RETURN 기능 통해 추적된 러시아 지갑들
보고서는 블록체인 기능 중 하나인 OP_RETURN을 활용해 사용자가 러시아 정보기관과 연결된 지갑을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OP_RETURN은 거래 내역에 메시지를 삽입하거나 거래를 무효화할 수 있는 기능으로, 해커들이 이를 통해 정보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2월 14일부터 약 한 달간, 자발적으로 조직된 ‘OP_RETURN 자경단’은 러시아 지갑 주소에 메시지를 포함하기 위해 30만 달러(약 4억3500만원) 이상의 비트코인을 의도적으로 소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삽입된 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포함됐다.
- “GRU에서 SVR로. 해킹에 사용!”
- “GRU에서 GRU로. 해킹에 사용!”
- “GRU에서 FSB로. 해킹에 사용!”
- “GRU Khakir의 돈으로 우크라이나를 도와주세요”
체이널리시스는 이 메시지들이 단순한 공격이 아닌, 러시아 측 지갑의 개인 키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푸틴 정권의 암호화폐 운용이 보안 측면에서 취약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기관 소유 지갑 최소 3개 확인
보고서에 따르면, 이 중 최소 3개의 비트코인 지갑은 실제 러시아 정부 기관의 소유로 확인됐다. 그중 두 개는 SVR이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하나는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허위 정보를 유포한 웹사이트 DCLeaks.com과 연결된 GRU 소유 지갑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전쟁 속 양국의 활용 사례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이후 암호화폐 기부를 통해 전 세계로부터 큰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초기 며칠 만에 60만 달러, 이후 수 주 만에 70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했으며, 이더리움 공동창업자 비탈릭 부테린 등 유명 인사들도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반면 러시아는 암호화폐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2022년 7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상품과 서비스에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디지털 루블(CBDC)을 도입해 제한된 범위 내에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의 투명성과 추적 가능성이 국가 정보기관의 활동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된다. 체이널리시스는 “OP_RETURN에 기록된 메시지는 영구적으로 블록체인에 남는다”며, “어떤 정부도 이를 제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