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현지시간) 관세 정책 발표를 예고한 가운데, 백악관은 무역 정책의 구체적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막바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를 재편하겠다”며 전면적인 관세 정책 도입을 시사한 바 있다.
백악관 내부에서는 두 가지 안이 논의되고 있다. 하나는 국가별로 무역 적자 규모에 따라 각각 다른 관세를 부과하는 ‘상호 관세’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일률적인 관세율을 적용하는 ‘전면 관세’ 도입 방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들에게 보다 강경한 조치를 주문하고 있으며, 관세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세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의 모든 무역 상대국에 대해 최대 20%의 전 세계적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타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만큼만 되갚겠다”며 ‘상호 관세’ 도입을 강조해왔지만, 최근에는 모든 무역적자국에 대해 단일 수치를 기준으로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고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또, “정책은 단순하고 강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정책의 또 다른 축은 산업별 관세 신설 여부다. 행정부는 핵심 광물과 그 함유 제품을 포함한 특정 산업군에 대해 개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조치는 4월 2일 공식 발표 여부는 미정이지만, 미 무역대표부(USTR)가 4월 1일 대통령에게 제출 예정인 무역 정책 검토 문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관세 계획에는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와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 활용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동차, 철강 산업 관세 부과 시 232조를 근거로 사용했고, 최근에는 캐나다·멕시코의 펜타닐 밀수 관련 관세에 IEEPA를 적용했다.
그러나 IEEPA의 광범위한 적용에 대해 백악관 법률 고문 일부는 법적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측에서도 권한 남용 가능성을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팀 케인 상원의원(버지니아)은 “IEEPA는 적대국이나 위협 요소를 상대로 한 조치에 사용돼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권한 행사를 제한하는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한편,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미국 소비자 물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된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자동차 가격이 평균 11~12%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자동차 업체는 비용 상승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지만, 상당 부분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외제차 가격이 오르면 미국산 자동차를 살 것”이라며 가격 상승 우려를 일축했다. 지난 3월 주요 완성차 업체 CEO들과의 통화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압박이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미시간주 자동차산업 단체 미크오토(MichAuto)의 글렌 스티븐스 전무는 “새 행정부에서 변화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의 속도와 규모는 예측 못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마크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은 “미국 국민은 가격 인상을 감당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생활비 인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