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손실·예치금 유출 우려…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하루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재정 지원을 위해 보통주와 예탁주 총 17억 5000만 달러(약 2조3170억 원) 규모의 주식 매각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세가 이어지며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SVB 주가는 장중 60.4% 폭락, 이는 1998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시간외 거래에서도 추가로 20% 이상 하락하며 사상 최대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SVB 포함 주요 은행 시가총액 79조 원 증발
JP모건,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주요 금융주와 함께 SVB를 포함한 은행주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600억 달러(약 79조 4400억 원) 이상 증발했다. 금융업종 전체는 4% 이상 하락하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이 여파는 아시아 및 글로벌 은행 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채권 손실에 따른 매각…예치금 유출도 악재
SVB는 미국 국채 등 채권 포트폴리오에서 18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주식 매각으로 자금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졌지만, 투자자 불안은 더 커졌다.
특히 일부 스타트업들이 예치금 인출을 권고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뱅크런 우려가 커졌다. 금리 인상기에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가치가 급락하고 있으며, 손실이 현실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을 자극했다.
디지털 자산 노출된 실버게이트 청산 발표 직후 발생
이번 사태는 암호화폐 친화적인 은행 실버게이트 캐피탈이 청산 계획을 발표한 직후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전통 은행 시스템 내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은행, 금리 인상의 희생자”
컨설팅업체 컨스텔레이션 리서치(Constellation Research)의 설립자이자 CEO인 레이 왕(Ray Wang)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은행들은 금리 인상의 희생자”라며 “실리콘밸리은행을 포함해 많은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오랜 기간 금리가 높은 상태로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SVB 사태가 단순한 개별 은행의 문제를 넘어, 금리 환경 변화에 따라 전체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신호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