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배심원단 “버킨 백 모방한 NFT, 명백한 침해”…NFT 산업에 중요한 판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가 버킨 백 디자인을 활용한 NFT 프로젝트 ‘메타버킨(Metabirkin)’에 대한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뉴욕 남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2023년 2월, 메타버킨을 만든 아티스트 메이슨 로스차일드에게 총 13만3000달러(약 1억9400만 원)의 손해 배상을 명령했다.
NFT 기반 상표 침해 첫 본격 판례…법원 “예술 표현보다 상업적 목적”
이번 사건은 로스차일드가 2021년 8월, 에르메스의 상징인 버킨 백에서 영감을 받아 100개의 메타버킨 NFT를 제작·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에르메스는 2022년 1월 뉴욕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며, 상표권 침해 및 브랜드 가치 훼손을 주장했다.
9인의 배심원단은 로스차일드가 상표권 침해, 상표 희석, 사이버 스쿼팅 등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해당 NFT 프로젝트가 예술적 논평이라기보다는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진행된 것으로 간주했다.
보그(Vogue)에 따르면, 배심원단은 배상액 13만3000달러가 로스차일드가 프로젝트를 통해 실제로 벌어들인 수익 규모라고 판단했다.
NFT 소유권 논쟁 확산…Rothschild “항소하겠다” 반발
로스차일드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그는 “예술 전문가가 예술에 대해 말할 수 없는 반면, 경제학자는 말할 수 있도록 허용된 사법 제도는 잘못됐다”며 “이것은 끝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판결은 NFT가 단순한 디지털 예술작품이 아니라, 실물 자산과 유사한 상표 및 이미지 권리를 침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NFT는 표현인가, 제품인가” 핵심 쟁점 부각
로스차일드는 NFT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며, 미국 수정헌법 제1조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포드햄대학교 패션법연구소 부소장 제프 트렉슬러(Jeff Trexler)는 “NFT 시장이 완전한 자유 시장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 판결”이라며, “공정 사용(Fair Use)을 내세우더라도 타인의 지식재산권(IP)을 침해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밝혔다.
LvLup Legal의 셔민 라카(Shermin Lakha) 변호사도 “이번 판결은 NFT를 이용한 브랜딩이나 이미지 활용이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향후 아티스트들이 고민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Yuga Labs 사례와 연결…NFT 시장 내 법적 선례 가능성
이번 판결은 NFT 업계에 또 다른 분쟁 중인 유가랩스(Yuga Labs)의 사례와도 연결된다. BAYC 프로젝트를 위조한 NFT 1만 개를 제작한 개발자 토머스 레만(Thomas Lehmann)과의 법적 공방에서 유가랩스가 최근 합의에 도달한 바 있으며, 메타버킨 소송은 NFT 저작권·상표권 분쟁의 선례로 기능할 수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