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질서 위기”
“하드 머니 회귀”
비트코인 역할 논쟁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미국과 세계 질서가 근본적 붕괴 직전에 놓였다고 경고하며, 비트코인의 역할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27일 레이 달리오는 자신이 제시해온 ‘빅 사이클(Big Cycle)’ 이론을 들어, 미국이 제5단계 말기에 있으며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제6단계로 넘어가는 경계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레이 달리오는 이를 “기존 질서 붕괴의 전야”로 규정하며, 사회적 갈등과 폭력의 심화가 이를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레이 달리오에 따르면 제5단계에서는 과도한 국가 부채가 한계에 이르며 재정 위기가 드러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규모 통화 발행이 기존 통화 체제를 더욱 약화시킨다. 그는 재정 재건을 통한 통화 질서의 자발적 복원 가능성을 낮게 봤으며,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미국내외 질서 역시 회복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아직 “절벽 끝에서 버티고 있는 단계”라며, 지금이 마지막 대비 시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레이 달리오는 다수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는지가 제도의 우열을 가르는 기준이라고 밝히며, 충돌과 지배보다 협력적이고 생산적인 관계가 역사적으로 더 적은 고통과 높은 성과를 가져왔다고 정리했다.
이 같은 인식 속에서 개인 차원의 대응도 관심을 모은다. 법정 통화와 기존 금융 체계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금과 은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레이 달리오는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될수록 국가 간 부채 보유를 꺼리게 된다며, 금 강세를 하드 머니로의 회귀 신호로 해석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골드’로 불려온 비트코인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비트코인은 이론상 동결에 강하고 자유로운 이전이 가능한 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시장에서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비트코인은 약 8만8000달러(약 1억2760만원) 수준에서 움직이며, 수개월째 제한적인 범위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B2 벤처스 창업자 아서 아지조프는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산 이동은 먼저 전통적 방어 수단으로 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금은 온스당 5000달러(약 725만원)를 넘어선 반면,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큰 모습을 보였다. 그는 비트코인이 여전히 본질적으로 위험 선호 자산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액티브트레이즈 애널리스트 캐롤라인 드 팔마스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관세 우려로 미국 주식 선물이 하락할 때 금과 은은 최고치를 새로 썼지만, 비트코인은 급락했다는 점을 들어,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안전 피난처가 아닌 고변동성 기술주 성격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레이 달리오는 비트코인을 정부와 중앙은행 개입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인플레이션에 강한 하드 머니 범주에 포함시키며, 포트폴리오의 약 1% 수준 보유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준비통화가 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선을 그었다. 거래 추적이 가능하고, 양자컴퓨터 발전 등으로 보안이 위협받을 수 있으며, 글로벌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수천 년 동안 피난처 역할을 해온 금과 달리, 등장한 지 17년 남짓한 비트코인은 아직 신뢰의 시간을 충분히 쌓지 못했다. 세계 질서가 흔들리는 전환점에서 비트코인이 진정한 디지털 골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그 가치가 지금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