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가 라울 팔 “비트코인 하락 압력, 시장 조작 아닌 기술적 후유증”

“10월 급락 여파”
“마켓메이커 등 피해”
“포지션 매일 단계적 정리”

가상자산 시장의 최근 하락 압력은 시장 조작이 아니라 10월 발생한 대규모 기술 장애의 후유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리얼비전 창립자이자 글로벌 매크로 투자자인 라울 팔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배경으로 10월 11일(한국시간) 발생한 ‘역사적 청산(약 27조원 규모)’의 잔여 충격을 지목했다. 라울 팔은 현재의 하락 압력을 두고 “시장 조작이 아니라 기술적 문제 대응 과정에서 남은 여파”라고 설명했다.

10월 1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100% 관세 부과를 전격 발표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은 급격한 위험 회피 국면에 들어섰다. 발표 직후 비트코인은 급락했고, 시장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됐다.

혼란은 이후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기술 장애로 증폭됐다. API와 매칭 엔진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마켓메이커가 유동성을 공급하지 못했고, 일부 거래자는 주문 체결과 포지션 청산이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다른 거래소에서도 지연과 접속 장애가 발생했지만, 바이낸스만큼 광범위한 영향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동성 공백 속에서 스테이블코인과 담보 자산의 가격 괴리도 나타났다. 에테나의 이자 수익형 스테이블코인 USDe는 1달러 고정에서 벗어나 약 0.65달러까지 하락했고, 담보 가치 급락은 레버리지 거래의 강제 청산을 연쇄적으로 촉발했다.

라울 팔은 이 상황을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에서 발생한 플래시 크래시에 빗대며, 일부 거래소나 마켓메이커 업체들이 급락을 막기 위해 대규모 포지션을 떠안았고, 그렇지 않았다면 추가 폭락이 이어졌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긴급하게 흡수된 수백억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현재까지 단계적으로 정리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물량을 한 번에 청산할 경우 시장 충격이 커지는 만큼, 매일 나눠 정리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연말을 앞두고 감사와 유동성 제약이 겹치면서 12월 중 매도 압력이 특히 강해졌다고 덧붙였다.

시장 조작 의혹에 대해 라울 팔은 “당시 문제는 가격을 조작한 것이 아니라, 마켓메이커가 멈춘 상황에서 폭락을 막기 위해 누군가가 물량을 떠안아야 했던 구조적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마켓메이커 이탈로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졌다고 덧붙였다.

바이낸스는 당시 시스템 장애를 인정하고 피해 보상으로 약 3600억원을 지급했으며, 플랫폼의 시세 데이터 체계 개선에 나섰다고 밝혔다.

반면 일부 트레이더와 분석가들은 바이낸스가 의도적으로 유동성을 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담보 시스템의 취약점이 사전에 알려졌다는 점과 사건 직전 대규모 공매도 포지션이 구축된 정황이 논란의 배경이다. 미 규제 당국도 관련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라울 팔은 혼란이 시간이 지나며 진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시장 심리가 크게 훼손된 데다 기술적 흐름이 무너진 만큼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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