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연계 구조화채권
월가 가상자산 편입 흐름
고액자산가 대상 상품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제프리스 파이낸셜그룹 등이 블랙록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 연계된 구조화채권을 판매하고 있다. 과거에는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월가 금융상품에서 배제됐던 비트코인이 전통 금융권 상품에 본격적으로 편입되고 있다.
1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제프리스 파이낸셜그룹은 지난 7월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를 기초자산으로 한 미국 최초의 구조화채권을 발행했다. 이후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도 같은 유형의 상품을 내놨다.
구조화채권은 주식이나 ETF의 가격 움직임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정해지는 상품이다. 일반 채권보다 구조가 복잡하지만, 대신 수익과 위험을 일정 범위 안에서 조정할 수 있다. 이번 비트코인 연계 상품은 가격이 오를 경우 수익을 키워주고, 가격이 떨어질 경우 손실을 일부 막아주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예를 들어 제프리스 상품은 IBIT 가격이 오르면 상승 폭의 두 배를 수익으로 돌려준다. 다만 수익에는 상한이 있어 최대 90%까지만 반영된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질 경우 처음 20% 하락분은 투자자가 손실을 보지 않도록 막아준다. IBIT가 50% 하락해도 실제 투자자 손실은 30%로 제한된다.
이처럼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을 그대로 감수하지 않고도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일일 가격 변동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가상자산 상승에 베팅하려는 수요를 겨냥했다.
마렉스그룹의 금융상품 부문 책임자인 요스트 뷔르허하우트는 “비트코인을 자산군으로 인정하려는 기관 투자자의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IBIT 연계 상품 물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IBIT는 출시 이후 약 670억달러(약 9조85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높은 유동성 덕분에 발행사들이 구조화채권 가격을 산정하고 위험을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더리움도 구조화상품 기초자산으로 편입됐다. 모건스탠리와 JP모건은 이달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이더리움 트러스트 ETF(ETHA)에 연계된 채권을 판매했다.
다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자산관리사 인티그레이티드 웰스 솔루션스의 설립자인 개리 갈런드는 비트코인이 기업 실적이나 현금흐름 같은 가치 판단 기준이 부족하다며, 구조화채권이 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지적했다.
월가의 구조화채권 시장 규모는 약 2000억달러(약 294조원)로, 비트코인 연계 상품은 아직 일부에 불과하다. 워싱턴 웰스그룹의 애런 브랙먼 전무는 “전통 금융과 거리를 두던 가상자산이 월가의 상품 설계 안으로 다시 흡수되고 있다”며 “수익 창출이 가능한 테마라면 금융사는 어떤 방식으로든 상품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