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투자자, 영국 우익당에 176억원 사상 최대 정치자금 기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정치자금으로 활용

영국 선거위원회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태국 기반 가상자산 투자자 크리스토퍼 하본이 나이절 폴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 개혁당에 900만파운드(약 176억원)를 기부했다. 영국에서 개인이 정당에 제공한 단일 기부금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하본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의 모기업 주주로 알려져 있으며, 이 기부로 개혁당의 7~9월 정치자금 모금액은 1020만파운드(약 200억원)를 넘었다. 보수당 약 700만파운드, 노동당 약 250만파운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개혁당은 영국 의회에서 가상자산 업계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주목받고 있다. 패라지는 가상자산 양도차익세 인하를 공약하고 영란은행에 비트코인 준비금 도입을 요구해 왔다.

맥파든 노동당 의원은 7월, 불법 자금 유입 우려를 이유로 가상자산을 활용한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영국 선거위원회는 10월에 가상자산 기부 관련 지침 재검토 방침을 밝혔다.

현재 개혁당 웹사이트에서는 비트코인, 솔라나, 이더리움, USDC로 기부를 진행할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도 가상자산 업계가 선거 자금을 통해 정치권 영향력을 확대한 바 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5월 주요 정당 후보로서 처음 가상자산 기부를 허용해 선거 기간 동안 업계로부터 2600만달러(약 3822억원)를 모금했다. 취임식 준비위원회에는 1800만달러(약 2646억원)가 전달됐으며, 리플, 로빈후드,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주요 기업의 기부가 포함됐다.

영국과 미국에서 모두 가상자산 자금의 정치적 활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투명성 논란과 이해충돌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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