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높은 국가들 암호화폐 활용 확대

볼리비아·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
터키·이란·나이지리아

불안한 자국 화폐 신뢰 하락
가상자산 결제·저축 수요 확대

세계 곳곳에서 물가 불안이 이어지며, 자국 화폐 가치 하락을 우려한 개인과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결제·저축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28일 코인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대규모 재정 지출과 공급망 차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식료 품목 가격 상승이 물가 급등을 촉발했다. 이후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과 공급망 정상화로 물가 압력이 다소 진정됐으나 고물가를 겪는 국가에서는 여전히 가상자산 선호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볼리비아는 지난 10월 기준 물가 상승률이 22%대에 머무르며 자국 통화 볼리비아노 가치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외환 보유액은 2014년 150억달러(약 22조5000억원)에서 2024년 12월에는 19억8000만달러(약 2조9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2024년 6월부터 2025년 6월 사이 암호화폐 거래 규모가 연간 148억달러(약 21조8000억원)로 파악된다. 상품가를 테더(USDT)로 표시하는 상정이 등장했고 현지 경제부는 은행의 암호화폐 수탁 서비스 허용과 저축·대출 등 금융상품에서도 가상자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베네수엘라는 올 4월 기준 물가 상승률이 170%를 넘어섰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연간 물가를 270% 수준으로 추정했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446억달러(약 65조6000억원)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는 2024년 4월 300%에 육박했던 물가 상승률이 10월 31.3% 수준으로 내려왔다. 강도 높은 재정지출 축소와 통화 발행 억제 정책이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불안한 물가 상황 속에서,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암호화폐 거래 규모가 939억달러(약 138조원)로 집계되며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가치 저장 수요가 꾸준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터키는 2022년 10월 인플레이션이 85%까지 치솟았다가, 기준금리 정상화로 2025년 10월 32% 수준으로 낮아졌다.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암호화폐 거래 규모는 2000억달러(약 294조원)로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에서 가장 큰 수준이다. 스테이블코인 중심이던 거래 경향이 알트코인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란의 물가 상승률은 2025년 9월 45%대로 올라섰다.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며 채굴 산업이 비공식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나, 제재 회피 수단으로 가상자산 거래는 지속되고 있다. 체이널리시스는 올해 암호화폐 유입 규모가 이전 연도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나이지리아는 2025년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6%로 3년 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외화 접근 제한과 물가 불안 속에서,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암호화폐 거래 규모가 921억달러(약 135조원)에 이르며 아프리카에서 가장 크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물가 압력이 완화되는 추세지만, 불안정한 화폐 가치로 고통받고 있는 일부 국가에서는 가상자산이 저축과 결제 수단으로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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