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급락 여파
ETP·디지털자산 기업 투심 악화
지난 한 달 동안 가상자산 시장에서 낙폭이 커지면서 월가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22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몇 주 동안 예상보다 빠르고 큰 폭으로 반락하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2022년 테라 루나 사태 이후 최악의 월간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비트코인 시가총액 약 5000억달러가 사라졌으며, 알트코인 전반으로 손실이 확산되는 모습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대선 승리 이후 크게 올랐던 상승폭도 상당 부분 반납한 상태다.
눈에 띄는 점은, 기관 자금이 본격 유입된 이후 처음 맞는 조정이라는 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2개 비트코인 연동 ETF에서 이달 들어 수십억달러 규모의 순유출이 발생했다.
하버드 기금과 일부 헤지펀드가 주요 매수자로 거론된 상품들이다. 마이클 세일러의 스트래티지 방식을 모방한 디지털자산 트레저리 상장사들도 투자 매력이 낮아졌다는 평가 속에 더 큰 폭의 이탈을 경험하고 있다.
커퍼테크놀로지스의 파디 아부알파 리서치 총괄은 “지난 두 달의 움직임은 기관 투자자들의 재조정 흐름이 맞물리며 더 강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선거 이전 대비 약 50% 이상 높은 수준이지만, 2021~2022년 약세장에서 기록한 75% 폭락과 비교하면 추가 하락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10월 11일 발생한 시장 ‘폭락’을 이번 조정의 주요 촉발 요인으로 지목한다. 당시 약 27조원 규모의 포지션이 몇 시간 만에 청산되면서 유동성이 얇은 주말 시장 특성과 과도한 레버리지가 동시에 드러났고, 비트코인은 고점 12만6251달러에서 급락했다.
이후 시장조성자들의 대응 여력도 약화돼, 코인글래스 기준 21일 하루에만 약 16억달러 규모의 청산이 추가로 발생했다.
문웰(Moonwell) 창립자 루크 영블러드는 “이번 조정은 과거 부도 사례 중심의 붕괴와는 다른 양상으로, 기술적 요인과 심리가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비트코인은 한주 동안 기술주 변동성과도 밀접하게 연결된 모습을 보였다.
엔비디아 실적 호조로 S&P500이 장 초반 상승했다가 급반전한 변동 속에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비트코인의 급격한 움직임이 주식시장 요동과 상호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노무라와 빌 애크먼 등도 다양한 시장 요인 중 하나로 가상자산 변동성을 언급했다.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스트래티지 사례를 모방한 일부 상장사들이 사실상 가상자산 단일 보유 목적의 ‘공개 법인’으로 변모했다는 점이다. 카이코의 아담 모건 맥카시는 의료기기·연구기업 등 다양한 기업이 암호 트레저리 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언급하며 사이클 후반부의 특징이라고 평가했다.
시장 심리는 급속히 악화됐다. 코인마켓캡의 공포·탐욕 지수는 전날 기준 100점 만점에 11점으로 ‘극단적 공포’ 지표에 머물렀다. 디파이 전문기업 에르고니아의 크리스 뉴하우스는 “현물 수요가 뚜렷하지 않아 조정 국면에서 버팀목 역할을 할 매수세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