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AI주 동반 급락
급격한 위험회피
모멘텀 중심 장세 취약성 부각
월가에서 주간 위험자산 전반이 흔들리며 투자심리가 빠르게 위축된 흐름이 나타났다고 블룸버그가 22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그동안 잠행하던 위험회피 흐름이 21일(현지시간) 급작스럽게 증폭되면서 시장이 모멘텀과 개인투자자 수요에 의존한 현재 사이클의 취약함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지난 몇 주간 가상자산, AI 대형주, 고베타 종목 등 고위험군은 서서히 약세를 보였고, 21일 들어 이 조정이 동시다발적 매도로 전환됐다. 나스닥100은 장중 고점 대비 5% 가까이 밀리며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고, 엔비디아 시가총액은 장중 약 400억달러(약 58조8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비트코인은 7개월래 최저치로 내려앉으며 11월 낙폭이 20%를 넘어섰다.
블룸버그는 미국 증시가 정책 변화나 지표 충격과 같은 명확한 촉발 요인이 없었다는 점에 시장이 더 불안해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매도 흐름이 빠르게 확산·반전되면서, 과열된 모멘텀 환경에서 동조화된 매매가 얼마나 빠르게 시장을 흔들 수 있는지가 드러났다고 전했다.
매뉴라이프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의 네이선 투프트 CIO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매우 높아 작은 리스크 요인만으로도 반응이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투프트 CIO는 변동성이 확대되기 시작한 2주 전부터 전술 포트폴리오의 주식 비중을 중립으로 낮추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하락은 위험자산 전반과의 연동성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나스닥100의 단기 상관계수는 이달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S&P500 역시 평소보다 높은 동조화를 보였다. JP모건의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애널리스트는 블록체인·기술 테마를 중심으로 위험자산군 사이에 겹치는 레버리지·개인투자자 기반이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CFRA의 샘 스토발 연구원 “조용한 장세에서는 사라지지만 스트레스가 커질 때 다시 이 상관관계가 강해진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의 매매 패턴도 동일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변동성 연계 펀드들의 노출 조정, 알고리즘 주문의 임계치 붕괴, 옵션 포지션 해소 등 기술적 요인이 동시 작동하며 변동성을 증폭시켰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VIX는 4월 변동성 급등 국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웨스트우드의 에이드리언 헬퍼트 CIO는 최근 테일위험 헤지 비중을 늘려왔다며, 가상자산 약세가 위험자산 회피 흐름을 더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헬퍼트 CIO는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안전자산이 아닌 가장 먼저 줄이는 투기성 보유자산으로 다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주가는 주간 기준 약세를 면하지 못했다. 나스닥100은 주간 약 3% 하락하며 3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다. JP모건 추정에서 개별종목으로 유입되던 개인 매수세도 한 주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다.
블룸버그는 이번 조정이 올해 상승을 주도한 과열 구간—AI 관련 테마, 고베타 종목, 레버리지 기반 위험투자—에서 신뢰가 빠르게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RBC 캐피털마켓의 에이미 우 실버먼 파생전략 총괄은 “올해 수익을 낸 투자자들조차 내년 위험예산을 고민하며 헤지를 검토하고 있다”며 시장 내부에서 방어 심리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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