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약세
도쿄증시 시가총액 감소
일본 국채금리 부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새 총리 취임 이후 일본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주 도쿄증시에 상장된 전체 종목의 시가총액이 약 20조엔(약 188조원) 규모로 줄었다고 22일 보도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팬데믹 이후 최대 수준의 추가 재정지출을 추진하자, 투자자들은 일본 정부의 재정 여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일본은행이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블룸버그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10월 자민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 엔화가 주요 통화 가운데 달러 대비 가장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츠키 가타야마 재무상이 투기적 공세에 개입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외환시장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호주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의 로드리고 카트릴 전략가는 “시장에서는 일본 정부 인사의 발언에 대한 반응이 무뎌지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목표 물가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에도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어서 엔화 약세를 정당화하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금리스왑시장에서 약 80%로 반영되고 있다.
주식시장도 약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다카이치 총리 취임 직후 상승했던 니케이225 지수는 이번 주 3.5% 하락했고, 토픽스는 1.8% 내렸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도 증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교도통신은 중국 정부가 일본산 수산물 수입 중단을 통보했다고 전했으며,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이 일본 영화의 신규 심사 절차도 보류한 상태라고 밝혔다.
일본증권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은행·보험사·해외 투자자를 포함한 주요 투자자의 10년물 국채 순매수 규모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일본 정부의 차입 비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퍼스트이글인베스트먼트의 이다나 아피오 매니저는 “다카이치 총리의 지출 계획이 긴장을 높이고 있다”며 “관세 이슈 등 여건을 고려하면 일본 경제는 비교적 견조한데 지금과 같은 시기에 대규모 재정 지출이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