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 국부펀드, 비트코인 ETF 보유량 3배 확대…3분기 기준 7700억원 규모

아부다비 투자평의회·IBIT 확대
3분기 800만주
장기 분산투자 전략

오일머니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 투자위원회(ADIC)가 비트코인이 하락하기 전 3분기 동안 블랙록 아이쉐어즈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 보유량을 3배 넘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공시를 인용해, ADIC는 9월 말 기준 IBIT 약 8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평가액은 약 5억1800만달러(약 7700억원)로, 6월 말 240만주에서 크게 증가했다. IBIT는 전 세계에서 운용 규모가 가장 큰 비트코인 현물 ETF로, 3분기 말 기준 자산 규모는 700억달러 이상이었다.

비트코인은 10월 초 12만6251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대규모 ETF 유입이 랠리를 이끌었다. 이후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시세가 9만2000달러 아래로 내려가는 급락이 이어졌다.

ADIC는 대체투자·부동산·인프라 등 비상장 중심 포트폴리오를 운용해 왔으며, 비트코인 투자 내역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이다. ADIC 측은 “장기적 분산투자 전략으로 비트코인 비중을 소규모로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비트코인을 금과 유사한 가치 저장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디지털 환경으로의 전환 속에서 금과 함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모기업인 무바달라도 3분기 말 기준 IBIT 870만주(약 8400억원)를 유지하고 있다. 매입단가는 공시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IBIT는 3분기 동안 6.2% 상승했지만, 9월 말 이후 약 20% 하락했다. 같은 기간 누적 거래량 기준 평균가는 64.52달러로 집계됐다.

3분기에는 하버드 매니지먼트도 IBIT 비중을 확대했다. 그러나 11월 들어 시장 조정과 함께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됐다. 12개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11월에만 약 31억달러가 순유출됐다.

18일(현지시간)에는 비트코인이 주요 지지선을 하회하면서 IBIT에서 하루 5억23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역대 최대 일일 유출을 기록했다.

아부다비의 행보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ADIC와 무바달라 등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관리하는 자금은 총 1조70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된다. 아부다비는 최근 수년간 무바달라를 중심으로 글로벌 디지털자산 허브 도약을 추진해 왔다.

올해 초 무바달라와 기술 투자사가 합작해 설립한 MGX는 20억달러 규모의 바이낸스 지분을 매입했다. 거래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족과 연관된 기업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ADIC는 2007년 설립됐으며, 최근 글로벌 투자 확대를 위해 인력 보강에도 나섰다. 프리빌리지 투자사 브레갈인베스트먼츠 최고경영자 출신 알랭 카리에를 사모투자 총괄로 영입했고, 호주 국부펀드 운용책임자였던 벤 새밀드를 최고전략책임자로 선임했다.

국가·기관의 가상자산 보유 확대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엘살바도르는 이달 들어 1억달러 이상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했으며, 체코 중앙은행은 지난주 처음으로 디지털자산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중앙은행도 해외에서 환수한 자산 등을 활용해 최대 10억달러 규모의 국가 암호화폐 준비금 조성을 추진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