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단기 변동성 지속…레버리지 경고음”
“이번 조정에 과도한 레버리지 제거”
“리스크 재설정” 주장도…
지난 11일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암호화폐 시장이 하루 만에 10% 급락하며 이로 인해 약 5000억달러(약 700조원)가 증발했다. 당시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대규모 청산이 이어지며 당일 청산 규모가 200억달러(약 28조원)에 이르렀다. 일부 분석가들은 실제 청산 규모가 이보다 4배 이상 클 수 있다고 전했다.
루카스 킬리 퓨처디지털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는 “이번 매도 사태는 과도한 레버리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주는 경고”라며 “유동성이 얇고 사이클 상단에 근접한 시장에서 높은 레버리지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더블록 리서치는 “대형 기관투자자나 마켓메이커의 청산이 하락 압력을 키우는 연쇄 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코인뷰로 공동창립자 닉 퍼크린은 “현물 기반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와 기관 자금 유입이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안정감을 줬다”며 “얇은 유동성과 과도한 레버리지, 대형 투자자의 참여가 맞물린 독성 조합이 형성됐다”고 지적했다. 퍼크린은 또 “청산 과정에서 수익 중인 포지션까지 자동 청산(ADL)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거래소들은 이에 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더블록 리서치는 주간 보고서에서 “롱 포지션이 강제 청산되면 시장가 매도 주문으로 전환돼 가격을 더 끌어내린다”며 “가격 하락이 추가 청산을 유발하는 자기강화적 순환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시장의 주요 코인들은 일부 반등했다. 비트코인은 11만4000달러(약 1억6000만원), 이더리움은 4100달러(약 570만원) 수준을 회복했다. 공포·탐욕 지수는 4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매수 기회로 해석하고 있다.
퍼크린은 “이번 조정으로 과도한 레버리지가 제거돼 단기적으로 리스크가 재설정됐다”고 말했다. 게이트 최고사업책임자 케빈 리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관세 여파로 단기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으나, 이달 말 예정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완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 최고사업책임자는 “완화적 통화정책, 기관 자금 유입, 온체인 공급 축소가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인”이라며 “가상자산의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자산으로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제레미 시겔 명예교수는 CNBC 인터뷰에서 “금은 견조했고 미 국채는 상승했다”며 “단기 리스크 분산 수단으로는 비트코인이 아직 적합하지 않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