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 최대 규모 보유
규제 우려 여전
9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가 스위스에 위치한 자체 금고에 약 80억 달러(약 11조원)의 금이 저장돼 있으며, 대부분은 테더가 직접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테더 최고경영자 파올로 아르도이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우리만의 금고를 보유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고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해당 시설은 스위스에 위치하지만, 보안상의 이유로 정확한 장소나 설립 시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테더는 스테이블코인 ‘USDT’를 발행하며, 현재 유통량은 약 1,590억달러(약 216조원)다. 테더는 발행한 토큰에 대한 담보로 받은 현금을 미국 국채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 중 금과 같은 귀금속은 전체 준비금의 약 5%를 차지한다.
금 보유 규모는 UBS 등 일부 금 관련 주요 은행들의 보유량과 비슷한 수준이며, 은행과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최대 수준이다.
그러나 테더의 금 보유 전략은 일부 지역에서 규제와 충돌할 수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정 초안은 현금 또는 단기 국채와 같은 ‘현금성 자산’만을 허용하고 있으며, 금은 적격 자산에서 제외된다. 이 경우 테더는 관련 시장에서 인가를 받기 위해 보유 중인 금을 매각해야 할 수 있다.
한편 테더는 1온스의 금을 담보로 한 자체 금 연동 토큰 ‘XAUT’도 발행 중이다. 해당 토큰은 스위스에서 실물 금으로 교환할 수 있으며, 현재 발행 규모는 약 7.7톤(약 8억1,900만달러)에 이른다.
아르도이노는 “금은 어떤 국가의 통화보다 안전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며, “미국의 부채 증가 우려가 커질 경우 대안 자산으로서 금이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BRICS 국가 중앙은행들이 모두 금을 매입하고 있다. 그 점이 금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테더는 기존 금고 운영사에 수수료를 지급하는 대신 자체 금고를 설립한 이유로 ‘보관 비용 절감’을 꼽았다. 그는 “XAUT 발행 규모가 1,000억달러로 늘어나면 수수료로만 막대한 비용이 든다”며 “규모가 커질수록 자체 금고 운영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