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코인처럼 모든 사람이 하나의 ID만 가지는 구조는 자유 해칠 수 있어”
이더리움 공동 창업자 비탈릭 부테린이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지원하는 디지털 신원 프로젝트 ‘월드(World)’가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활동할 자유를 해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테린은 28일 게시한 블로그 글에서 제로 지식 증명(ZK)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신원 시스템의 장단점을 언급하며, 월드처럼 한 사람이 하나의 디지털 ID만 가질 수 있는 구조가 확산되면 사용자가 모든 활동을 하나의 신원에 연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ZK(제로지식증명)로 감쌌다 해도, 1인 1신원 체계에서는 결과적으로 모든 활동이 단일 신원 아래 묶이게 될 수 있다”며 “온라인상에서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유를 잃게 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월드는 툴스 포 휴머니티가 개발한 프로젝트로, 사용자가 홍채를 스캔해 인간임을 인증하면 디지털 신원 ‘월드 ID’와 암호화폐 WLD 토큰을 지급한다. 이 과정에서 생체 정보는 ZK 방식으로 보호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부테린은 이 같은 시스템이 AI나 봇 계정과 사람을 구별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익명으로 여러 개의 이메일이나 SNS 계정을 만들고 활용해온 기존의 인터넷 환경과 달리, 월드와 같은 구조에서는 계정 하나만 허용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지금처럼 한 사람이 여러 계정을 만드는 건 쉽지만, 월드처럼 강한 신원 인증이 적용되면 단 하나의 계정만 가능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월드는 최근 미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일본에서는 데이팅 앱 틴더와 함께 신원 인증 기능을 시범 도입할 계획이다. 또 월드 ID를 활용한 비자 카드 출시도 준비 중이다.
부테린은 이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하나의 ID만 허용되는 체계보다는, 다양한 기관과 플랫폼이 병렬적으로 디지털 신원을 운영하는 다원적 구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