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수출 급감 생산자물가 하락
디플레이션 압력 가중
미중 무역협상 재개
중국의 5월 수출 증가율이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고율 관세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가운데, 생산자물가는 2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됐다고 9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는 9일 5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기록한 8.1% 성장에서 크게 둔화한 수치이며,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부과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면서 5월 대미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5% 급감해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수입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5월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하며 4월의 0.2% 감소보다 악화했으며, 시장 예상치였던 0.9% 감소보다도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앞서 중국 수출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를 피하려는 기업들의 밀어내기 수출로 지난 3월과 4월 각각 12.4%, 8.1%의 높은 증가율을 보인 바 있다. 양국이 90일간 추가 관세 부과를 유예하기로 합의하며 5월 들어 수출업체들이 한숨 돌렸으나, 희토류 통제,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싼 양국 간 긴장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양국 무역 대표단은 지난주 정상 간 통화에 이어 런던에서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톈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수출 통제 강화로 5월 통관 검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수출 증가세가 주춤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희토류 수출이 거의 절반으로 줄고 전기기계 수출도 눈에 띄게 둔화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대미 수입도 18.1% 감소하며 4월의 13.8% 감소보다 낙폭을 키웠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황쯔춘 이코노미스트는 “무역 휴전 이전 미국 주문이 감소한 영향이 반영된 만큼 이달에는 수출 둔화세가 일부 반전될 수 있다”면서도 “높은 관세 수준으로 인해 연말에는 다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월 중국의 무역 흑자는 1032억2000만달러(약 140조4000억원)로 전월의 961억8000만달러보다 증가했다.
같은 날 발표된 다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원유, 석탄, 철광석 수입도 감소해 대외적인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내수 부진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와 5000억 위안 규모의 저비용 대출 프로그램을 포함한 일련의 통화 부양책을 발표하며 무역 전쟁의 충격을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날 함께 발표된 국가통계국 자료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3.3% 하락해 4월의 2.7% 하락보다 낙폭이 커졌으며 22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기 대비 0.1% 하락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냉각된 공장 활동은 세계 최대 제조업 허브에 대한 미국 관세의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내수 부진과 물가 약세는 팬데믹 이후 견고한 회복에 어려움을 겪으며 성장을 수출에 의존해 온 중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소매 판매 증가율은 일자리 불안과 신규 주택 가격 정체 속에서 소비가 위축되며 둔화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연료 가격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전년 동기 대비 0.6% 상승해 4월의 0.5%보다 소폭 올랐다. 그러나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황 이코노미스트는 근원 물가의 개선이 “취약해 보인다”며 “지속적인 과잉 생산 능력으로 인해 올해와 내년 모두 중국이 디플레이션 상태에 머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