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기관용 레이어2·공매도 청산 영향
이더리움(ETH)이 4월 저점 대비 약 100% 상승하면서 시장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은 13일(현지시간) 투자자에 보낸 보고서에서 이번 상승을 이끈 세 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고탐 추가니 애널리스트팀은 이더리움이 이번 사이클에서 비트코인(BTC)과 솔라나(SOL) 등 주요 대안 레이어1 블록체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지난 한 달간 약 65% 상승하며 일시적으로 2750달러(약 385만원)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비트코인이 상장지수펀드(ETF) 승인과 기업 재무부 채택 확산에 힘입어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를 돌파하면서 ‘가치 저장 수단’ 역할을 공고히 한 반면, 이더리움은 레이어2 확장 로드맵과 ETF 부진 등으로 중간 지대에 머물렀다. 비트코인은 가치저장, 솔라나는 소매 거래처로 각각 자리 잡은 가운데, 이더리움은 뚜렷한 강점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스테이블코인 및 증권 토큰화 성장 ▲레이어2의 기관 채택 확대 ▲ETH 공매도 청산 등 세 가지 요인이 상승 흐름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첫 번째 요인은 스테이블코인 결제와 실물자산 증권화의 확산이다. 번스타인은 결제 서비스 기업 스트라이프의 11억달러(약 1조5400억원) 규모 스테이블코인 플랫폼 브릿지 인수, 메타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재추진 언급 등을 언급하며, 이더리움이 전체 스테이블코인 공급량의 51%를 차지하고 있어 해당 수혜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록과 프랭클린 템플턴 등 전통 금융기관이 진입 중인 실물자산 토큰화 시장에서도 이더리움의 점유율이 높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는 레이어2 블록체인의 기관 채택이다. 보고서에서는 코인베이스가 육성한 레이어2 ‘베이스’가 지난해 약 8400만달러(약 1176억원)의 수익을 올린 점을 언급하며, 이더리움 기반 레이어2가 점차 기관용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로빈후드의 원더파이 인수를 사례로 들며, 증권형 토큰 거래 등 실사용 기반의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레이어2들이 ETH를 가스비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더리움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 요인은 전술적 측면의 공매도 청산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년 반 동안 다수의 암호화폐 헤지펀드가 BTC·SOL 매수와 ETH 공매도를 조합한 델타 중립 전략을 구사해왔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결제·기관 채택 등 새로운 서사가 부상하면서 ETH의 상대적 저평가 논리가 약화되고, 이에 따라 공매도 포지션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번스타인은 이더리움과 기타 비트코인 외 자산의 반등이 거래소와 중개업체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전반의 상승세가 소매 투자자의 거래를 다시 유도하면서 거래량 확대가 기대된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