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퓨터보다 1만3000배 빠른 연산
비트코인 암호 해독, 미래 위험 요인
구글이 새 양자컴퓨터 ‘윌로우(Willow)’를 통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복잡한 계산을 수행하며,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고전 컴퓨터를 능가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성과가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자산의 암호 체계를 위협할 수 있는 ‘양자 위협’이 현실에 더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
22일(현지시간) 네이처에 게재된 구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105개의 큐비트(qubit)를 탑재한 양자칩 윌로우는 ‘양자 에코(Quantum Echoes)’ 알고리즘을 실행해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의 슈퍼컴퓨터 ‘프런티어(Frontier)’보다 약 1만3000배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윌로우는 약 2시간 만에 작업을 끝냈지만, 같은 계산을 프런티어로 수행하면 약 3.2년이 걸린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는 X(구 트위터)에 “이번 결과는 다른 양자컴퓨터나 실험으로 재현 가능한 검증된 성과로, 실질적인 양자컴퓨팅 응용을 향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밝혔다.
윌로우는 구글이 2019년 선보인 ‘시커모어(Sycamore)’의 후속 모델이다. 시커모어는 당시 양자 우위를 달성했지만, 동일한 결과를 반복 재현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윌로우는 오류 보정 기술을 개선해 더 안정적이고 검증 가능한 결과를 구현했다.
구글은 이번 연구를 계기로 양자컴퓨터를 실제 과학 문제 해결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원자와 분자의 상호작용을 시뮬레이션하거나 신약, 배터리, 신소재를 개발하는 데 양자컴퓨터가 새로운 도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암호체계
매체 디크립트에 따르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보안 구조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비트코인은 ‘타원곡선 암호(Elliptic-Curve Cryptography)’로 보호되는데, 이는 기존 컴퓨터로는 해독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충분히 강력한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시간대 크리스토퍼 페이커트 교수는 “양자컴퓨팅이 비트코인과 암호화폐에 중대한 장기적 위험이 될 확률이 5% 이상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간에는 위협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양자컴퓨팅이 아직 완전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페이커트 교수는 또 “비트코인이 양자내성 암호(Post-Quantum Cryptography)로 전환하면 보안은 강화되지만, 키와 서명 크기가 커지고 트랜잭션 데이터도 늘어나 네트워크 처리 속도에 부담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번 실험은 양자컴퓨터가 이론 단계를 넘어 실제 실험으로 입증된 첫 사례 중 하나다. 윌로우는 약 2시간 동안 수행한 계산을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수년이 걸려야 재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앞질렀다.
전문가들은 이 성과가 비트코인과 암호기술 전반의 ‘양자 대비(post-quantum)’ 논의를 앞당길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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