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기업 재무 부서장을 역임했던 윌리엄 힌만(William Hinman)의 약력 페이지가 최근 웹사이트에서 삭제된 사실이 알려지며, 암호화폐 업계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힌만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SEC의 기업 재무 부서 이사로 재직했으며, 암호화폐 규제와 관련해 중요한 연설을 남긴 인물이다.
SEC 웹사이트에서는 과거 힌만의 약력에 대해 자세한 경력을 담은 페이지가 존재했지만, 현재는 “2017년 5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기업 재무 부문 이사를 역임했다”는 간단한 문구만 남아 있다. SEC는 해당 변경 사항의 이유나 적용 시점에 대해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와 관련해 트위터 사용자 “Mr. Huber”는 해당 페이지의 변화가 단순한 편집을 넘어 중요한 정보의 축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진실을 찾는 탐정”을 자처하며, SEC의 비공개적인 움직임이 디지털 자산 투자자들에게 불신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힌만은 2018년 연설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분산화 정도가 충분해 유가증권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혀 주목받았다. 해당 발언은 현재까지도 리플과 SEC 간의 법적 분쟁에서 핵심 쟁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플은 XRP 토큰이 비슷한 논리로 증권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힌만의 입장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로 언급돼 왔다.
SEC와 리플 간의 소송 과정에서, 리플 측은 지난해 10월 힌만 관련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힌만이 당시 이더리움의 분산화 수준을 언급하면서, 이더리움 재단이나 컨센시스와 같은 관련 단체들과 만남을 가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메사리(Messari) 창립자 라이언 셀키스는 공화당 의원들이 발의한 암호화폐 규제 법안 초안에 힌만의 분산화 개념이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힌만 테스트”라는 기준이 법안에 적용돼, 프로젝트의 ‘충분한 분산화’ 여부를 측정할 수 있으며, 이는 SEC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동시에 일정 조건 하에 법적 면책을 제공하는 ‘안전 항구’ 조항과 연계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안전 항구 개념은 2021년 SEC 위원 히스터 피어스가 제안한 규칙을 기반으로 한다.
SEC는 2020년 말부터 리플에 대해 XRP를 미등록 증권으로 판매했다며 반복적으로 고발해 왔다. 이번 힌만 문서 관련 논란과 약력 삭제 이슈는 SEC의 디지털 자산 규제 기준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