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마켓 메이커
점프·윈터뮤트 축소
플로우·GSR·DWF 부상
MOVE 사건 등 메이커-프로젝트 유착 문제도
가상자산 시장에서 시장 조성자(마켓 메이커)는 거래소 유동성을 책임지는 보이지 않는 손이다.
거래소 상장을 원하는 프로젝트는 단순히 토큰 발행만으로는 매수·매도 수요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 메이커가 매수·매도 주문을 이어붙여 가격 안정과 거래량 유지를 뒷받침한다.
루트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메이커는 63곳으로 거래량 상위 몇 곳만으로도 시장을 흔들 수 있다. 마켓 메이커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특정 토큰의 호가창을 순간적으로 얼리거나 달구는 힘을 가진 채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구질서의 붕괴
과거 사이클에서 시장을 주도한 메이커는 알라메다 리서치, 점프 크립토, 윈터뮤트였다.
알라메다는 파산한 가상자산 거래소 FTX와 밀접하게 얽히며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자산 거래량의 20%를 담당했으나, 코인데스크의 보도와 바이낸스 CZ의 FTT 코인 매도 선언으로 2022년 11월 FTX 거래소 몰락의 촉발점이되었다. 알라메다는 고객 자금을 100억달러 규모로 전용했고, FTX와 함께 파산을 신청했다. 알라메다의 캐롤라인 엘리슨은 내부 회의에서 자금 유용을 인정했으며, 법정에서 샘 뱅크먼-프리드를 지목해 80억달러 규모 사기를 증언했다. 엘리슨은 2024년 징역 2년, 뱅크먼-프리드는 2023년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점프 크립토는 점프 트레이딩의 파생 부문으로 2021년부터 솔라나, 테라 등 생태계에 적극 진출했지만, 테라 붕괴와 SEC 조사로 2023년 미국 내 사업을 축소하고 인력을 10% 줄였다.
윈터뮤트는 2022년 해킹으로 1억6000만달러 손실을 입은 후 무리한 확장을 멈추고 정교한 리스크 관리로 방향을 전환했다.
카이코 데이터에 따르면 FTX 붕괴 직후 글로벌 가상자산 유동성은 절반으로 줄었고, 비트코인 2% 깊이 유동성은 수억달러에서 1억달러 이하로 급감했다.
신흥 세력의 부상
시장 공백은 새로운 메이커에게 기회가 됐다.
네덜란드 기반 플로우 트레이더스는 ETF 전문 유동성 공급자에서 2023년 암호화폐 시장으로 진입했다. 2025년 CEO로 취임한 토마스 슈피츠는 크레디 아그리콜 IB 출신으로, 독일 DWS·갤럭시 디지털과 함께 MiCAR 합규제에 맞춘 스테이블코인 ‘올유니티(AllUnity)’를 내놨다. 2025년 2분기 순거래수익은 1억4340만유로로 전년 대비 80% 증가했으며, AVAX, LINK, DYDX, GRT 등 알트코인을 대상으로 연속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 2024년에는 독일 정부의 압류 비트코인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장 충격을 완화하기도 했다.
GSR 마켓은 홍콩 출신 알고리즘 거래사로, 뉴욕과 런던에 글로벌 오피스를 두고 있다. 2024년부터 단순 트레이딩을 넘어 생태계 파트너 전략으로 전환했으며, 2025년 콘센서스 행사에서 파트너 조쉬 리즈먼은 “DeFi와 CeFi 통합”을 강조했다. GSR은 영국 FCA와 싱가포르 MAS 라이선스를 동시에 확보한 첫 메이커이며, 바이낸스를 중심으로 WCT, RNDR, FET, UNI, GALA 등 다양한 알트코인을 담당한다. 아캄 데이터에 따르면 공개 지갑의 운영 자금은 1억4376만달러 수준이다.
DWF 랩스는 2022년 설립 이후 가장 주목받은 메이커다. 관리 파트너 안드레이 그라체프는 화폐 러시아 총괄 출신으로, VC·OTC·상장 대행·홍보·KOL·거버넌스 참여까지 다중 역할을 수행하며 2023~2025년 400개 이상 프로젝트에 2억달러 이상 투자했다. SOPH, MANTA, YGG, IOST, MOVE 등 다양한 알트코인을 메이킹했으나, 공식 주소 잔액은 900만달러 수준으로 줄었다.
DWF, MOVE 토큰 논란
DWF는 업계에서 가장 논란이 많은 메이커다. 2023년 토큰2049 행사에서 GSR은 DWF가 같은 자리에 앉는 것 자체를 “모욕”이라며 비난했고, 윈터뮤트 창업자 에브게니 가에보이는 트윗으로 이를 동조했다.
DWF 창업자 그라체프가 원코인 사기 사건과 연루됐다는 폭로도 나왔으나 이에 대해 “합법적이고 효과적이라면 어떤 방법도 사용한다”며 반박했다.
2025년 4월에는 MOVE 토큰 조작 사건이 터졌다. 레이어2 확장 프로젝트 무브먼트는 메이커 웹3포트에 6600만 MOVE를 대출했으나, 실제로는 렌텍이라는 별도 실체를 통해 시장 조작이 이뤄졌다. 계약에 따라 시가총액 50억달러 도달 시 매도 가능 조항이 있었고, MOVE는 상장 직후 가격을 끌어올린 뒤 하루 만에 3800만달러 물량이 매도되며 86% 폭락했다. 바이낸스는 메이커 수익을 동결하고 거래를 중단했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TVL은 1억6600만달러에서 5000만달러로 추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