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비트코인 보유 목적으로 올해 790억달러 조달
올해 전 세계 IPO 규모에 맞먹는 수준
“가격 하락 시 자금줄 급랭”
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비트코인을 매입·보유하는 가상자산 재무전략 기업(DAT: Digital Asset Treasury)의 자금 조달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크립토 자문사 아키텍트 파트너스는 이들 기업이 2025년 들어 발표한 자금 조달 규모가 790억달러(약 110조원)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기업공개(IPO) 규모는 820억달러로, DAT 조달 규모는 그에 근접한 수준이다. DAT 조달에는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이 포함되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그만큼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자금 유입 규모가 커졌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스트래티지의 미집행 프로그램을 제외할 경우, 발표 기준 조달 규모는 310억달러, 실제 조달된 금액은 180억달러로 줄어든다. 이는 시장에 투입된 자금이 아니라 잠재적인 발행 대기 물량으로, 향후 투자자 수요를 시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시장 여건이 우호적인 상황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견조하게 유지되고 있으며, 기관 투자자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고, 채권시장 환경도 자금 조달에 유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구조적으로는 불안정성이 내재돼 있다. 아키텍트 파트너스에 따르면, 약 30개 가상자산 보유 상장사를 분석한 결과, 대규모 투자 발표 직후 주가는 평균 14% 상승했으나, 이를 제외한 이후 평균 수익률은 -6.5%로 집계됐다.
크립토 마켓메이커 키락에 따르면, DAT 기업들의 주가는 보유 비트코인 가치 대비 평균 73%의 프리미엄에 거래되고 있다. 이 프리미엄 덕분에 현재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시세가 하락하거나 유사 기업들이 늘어날 경우 해당 프리미엄이 사라지며 조달이 급격히 위축될 수 있다.
또한 2027~2028년 사이 만기가 도래하는 전환사채 규모도 부담 요인이다. 키락은 비트코인 가격이 연말까지 20% 하락하고, 새로운 상장 기업이 급증할 경우, 주가가 순자산가치(NAV) 아래로 떨어질 수 있으며, 이는 조달 중단, 자산 매각, 디폴트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자금 유입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지만, 가상자산 시장 역시 월가처럼 고요한 시기가 오래가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조달 창구가 닫히기 전 서둘러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