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H20 수출 승인
트럼프 행정부 선회
홍콩·중국 기술주 동반 상승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칩 ‘H20’의 중국 수출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국 정부가 해당 칩의 수출을 승인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하며 기존의 규제 기조를 뒤집었다.
H20은 대중 수출 제한에 대응해 개발된 중국 전용 제품으로, 지난해부터 H800에 이어 대체 제품으로 공급돼 왔으나, 지난 4월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규제로 중국 내 판매가 차단된 상태였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15일 “미 정부로부터 H20 칩 수출에 필요한 허가가 승인될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소식에 나스닥 선물은 상승했고, 홍콩 및 중국 본토 증시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항셍테크지수는 장중 한때 2.2% 올랐다.
베이징 시넷 테크놀로지 등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은 최대 7.6% 상승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UBP의 벤세른 링 전무는 “H20 칩 수출 재개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AI 반도체 공급망, 중국 기술 플랫폼 전반에도 긍정적인 소식”이라며 “미중 관계에도 긍정적인 신호”라고 평가했다.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했으며, 이번 주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공급망 엑스포에 참석 중이다. 황 CEO는 중국 고객들에게 H20 수출 재개를 예상하고 있으며, 조만간 출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엔비디아는 중국 전용 칩 ‘RTX PRO’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미국의 수출 규제 기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설계돼 별도 승인 없이도 수출 가능한 제품으로 소개됐다.
미국은 지난 2022년부터 중국 AI 칩에 대한 수출 통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왔으며, H800과 H20 등 두 세대 제품 모두 제한 대상에 포함됐다.
반면, 황 CEO는 지난 5월, 오히려 해당 규제가 화웨이 기술 발전을 촉진하는 등 역효과를 낳았다고 주장하며 이를 “실패한 정책”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미국이 언제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는 제품에 중국군이 의존할 수 없다”며 미국 안보 우려를 일축하기도 했다.
H20은 미국의 수출 제한 기준을 피하기 위해 성능을 낮춰 설계된 중국 전용 제품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H20의 수출까지 차단한 이후, 엔비디아는 대규모 재고 부담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