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테슬라 통해 자사 AI 스타트업 투자 검토
스페이스X는 이미 2조7000억원 투입
일론 머스크가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에 테슬라의 투자를 추진하면서, 이를 주주 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테슬라가 머스크 소유 기업의 또 다른 AI 프로젝트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이 공개적으로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머스크는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만약 내 결정이었다면 테슬라는 오래전에 xAI에 투자했을 것”이라며 “이 사안을 주주 투표에 부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자신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를 통해 xAI에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를 투자했으며, 이번에는 테슬라까지 자금줄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xAI는 최근 서버 인프라 확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 확보에 나섰으며, 총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부채와 지분 형태로 유치했다. 이 가운데 스페이스X의 출자는 xAI가 다른 머스크 계열사로부터 받은 첫 대규모 투자로, 기업 간 자금 이동이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산업 전반의 자금 소모 속도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오픈AI 등 경쟁 스타트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소프트뱅크 등으로부터 수십조원 규모의 자금을 유치하고 있지만, xAI는 상대적으로 후발 주자로 평가받아 왔다. 이에 머스크는 보유 기업들의 현금을 활용해 자금 공백을 메우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문제는 이해충돌 가능성이다. 테슬라처럼 상장된 기업이 동일인의 다른 회사에 투자할 경우, 주주 간 이익 충돌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머스크는 이날 xAI와 테슬라 간의 합병 가능성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테슬라 자금이 xAI로 흘러들어갈 경우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러한 논란은 과거에도 반복된 바 있다. 머스크는 테슬라 설립 초기에 스페이스X에서 2000만달러를 빌렸고, 터널 굴착 기업 보어링컴퍼니 설립 당시에도 스페이스X 장비를 사용했다.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는 스페이스X에서 10억달러를 빌렸다가 이후 상환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자신의 태양광 기업 솔라시티를 테슬라와 합병하면서 법적 분쟁에 휘말린 바 있다.
xAI는 올해 초 엑스(X)와 합병하며 기업가치 1130억달러로 평가됐지만, 경쟁력 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자사 챗봇 ‘그록(Grok)’은 최근 벤치마크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오픈AI의 챗GPT에 비할 만큼의 영향력은 확보하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히틀러를 찬양하는 게시물이 올라오는 등 콘텐츠 논란도 있었다.
테슬라 자체도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최근 분기 글로벌 차량 판매는 13.5% 감소했고, 중국 시장에서도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 말 기준 테슬라는 160억달러(약 21조9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실질적인 투자 여력은 충분한 상태다.
머스크는 최근 정치적으로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된 뒤 ‘아메리카당’ 창당을 예고했고, 트럼프의 재정 지출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낙선 대상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방 정부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든 만큼, 머스크는 이제 기업 내부 자원을 동원해 AI 사업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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