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산운용사 ‘뱅가드’
지수형 펀드 논리에 따라 스트래티지 투자
총 보유액 약 12조8000억원
미국 인덱스펀드 운용사 뱅가드가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보유한 상장사 스트래티지(구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가드는 스트래티지 클래스 A 보통주 약 2000만 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유통 주식의 약 8%에 해당한다. 보유 주식 가치는 약 92억6000만달러(약 12조8000억원)로 집계됐다.
스트래티지는 마이클 세일러 최고경영자(CEO)의 주도 아래 비트코인을 재무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삼으며 기업형 ‘비트코인 보유처’로 자리잡았다. 스트래티지는 채권 및 주식 발행 등을 통해 비트코인을 대량 매입해 왔으며, 현재 약 700억달러(약 96조원)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뱅가드는 그간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미국 비트코인 ETF가 출시됐을 당시 “비트코인은 장기 투자에 적합하지 않다”며 자사 플랫폼에서 관련 ETF 거래를 차단했고, 자체 암호화폐 상품 출시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당시 CEO 팀 버클리는 “비트코인은 포트폴리오에 포함되기 어려운 자산”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인덱스(지수형) 펀드 특성상 특정 종목에 대한 호불호와 무관하게 지수 구성에 따라 편입이 이뤄진다. 블룸버그 ETF 전문가 에릭 발추나스는 “뱅가드는 이러한 접근 방식을 스스로 선택했다”며 “인덱스펀드를 운용하는 이상, 좋아하지 않는 종목도 보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트래티지 주가는 지난 2년간 850% 이상 급등해 같은 기간 약 300% 상승한 비트코인을 크게 웃돌았다. 14일 기준 일시적으로 비트코인이 12만3000달러를 넘어서며, 스트래티지 주가는 하루 만에 3.2% 상승했다.
스트래티지 주식은 대규모 뱅가드의 대표 인덱스펀드를 통해 보유되고 있다. 1조4000억달러 규모의 ‘토탈 스톡 마켓 인덱스 펀드(VITSX)’가 약 570만 주를 보유 중이며, ‘익스텐디드 마켓 인덱스 펀드(VIEIX)’와 ‘그로스 ETF(VUG)’ 등도 주요 편입 펀드다.
또한 액티브 펀드 중에서도 일부에서 스트래티지 주식을 편입하고 있다. 양적 모델 기반으로 운용되는 ‘전략 에퀴티 펀드(VSEQX)’와 ‘모멘텀 팩터 ETF(VFMO)’ 등에서 보유하고 있다.
다만 뱅가드는 해당 종목 편입이 운용진의 적극적 판단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반면 스트래티지 세일러 CEO는 “전통 금융이 비트코인을 합법적 준비자산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 발추나스는 “세일러가 ‘비트코인을 절대 매도하지 않는다’는 태도는 오히려 뱅가드의 철학과 유사하다”며 “전념하는 자세 자체가 매우 뱅가드다운 접근”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