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강자, 이제는 클라우드까지
DGX 클라우드 빠른 성장세
기존 빅테크, 고객이자 경쟁자로
6월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AI 칩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클라우드 사업까지 손을 뻗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기존 클라우드 강자들로선 달갑지 않은 움직임이다.
엔비디아는 2년 전 ‘DGX 클라우드’라는 이름의 자체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동시에 AI 전문 클라우드 스타트업인 ‘코어위브’, ‘람다’에도 투자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UBS는 DGX 클라우드가 장기적으로 연 매출 100억달러(약 13조8000억원) 이상 성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고, 코어위브는 올해 매출 목표를 50억달러(약 6조9000억원)로 잡고 있다.
아직은 시장 전체 규모로 보면 미미하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 매출은 지난해에만 1070억달러(약 147조6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클라우드 수요가 AI 중심으로 재편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아마존은 전체 매출 중 29%를 클라우드가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이 부문이 책임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도 상황은 비슷하다. 구글은 검색광고 수익 둔화와 미국 내 반독점 조사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DGX 클라우드가 기존 클라우드 기업들의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들이 엔비디아 칩으로 서버를 구성하면, 엔비디아는 이 장비를 다시 임대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를 운영한다. 클라우드 기업 입장에선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동시에 경쟁자의 성장을 돕는 셈이다. 구글은 최근 DGX 관련 칩 임대 서비스에 참여하지 않으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기술조사업체 오므디아의 로이 일슬리는 “AI 열풍이 시작될 때 클라우드 기업들이 자체 솔루션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엔비디아가 빠르게 대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DGX 클라우드의 수익을 공개하진 않지만, 최근 발표한 클라우드 관련 계약 규모만 109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수익성이 높은 클라우드 구조를 감안하면, 상당한 이익을 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는 “기존 클라우드 기업들과 경쟁하려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AI 자원과 전문성을 연결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향후 본격적인 클라우드 진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실제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도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다. 엔비디아 역시 클라우드로 영향력을 넓히며 견제에 나서고 있다.
AI 시대의 중심에 선 엔비디아는 이제 클라우드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덩치 큰 고객들이 어느새 가장 큰 경쟁자가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