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자체 화폐 발행 가능성에 우려
美 워런 의원 “금융 불안정·데이터 착취 우려”
반암호화폐 성향으로 유명한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민주·매사추세츠)과 일부 소비자 보호 단체들이 아마존과 월마트가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라는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상원에서 표결을 앞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법’의 허점을 노린 것이라는 비판이다.
14일 디크립트에 따르면, 워런 의원은 “지니어스법이 빅테크와 대형 유통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코인 형태의 사설 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중대한 허점을 갖고 있다”며 “의회가 이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마크 저커버그 같은 억만장자들이 소비자의 구매를 추적하고 데이터를 악용하며 경쟁을 배제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내놓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 이들이 실패했을 때는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될 것”이라며 “이런 위험이 제거되지 않는 한 GENIUS법은 통과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 월마트, 익스피디아 등이 GENIUS법 통과를 전제로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워런 의원은 그녀가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간사로서 해당 계획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니어스법
지니어스법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처음으로 명문화하는 법안으로, 이르면 다음 주 상원 본회의에서 최종 표결이 이뤄질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빅테크 기업과 유통업체를 포함한 다양한 민간 부문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스테이블코인은 일반적으로 미 달러에 고정된 암호화폐로, 사용자는 이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과 기존 금융시장 간 자금을 자유롭게 이동시킬 수 있다.
법안 통과 이후 다양한 산업군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그 목적 역시 다양하다. 기술 기업은 이를 통해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유통업체는 결제 수수료를 줄일 수 있으며, 발행자는 고객 예치금을 통해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미국 증권 거래 인프라를 담당하는 DTCC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라고 디크립트는 전했다.
앞서 민주당은 빅테크 기업들의 사설 화폐 발행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 한 바 있다. 이후 해당 조항에 대한 일부 수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대형 기술기업들이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고객 금융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연맹의 투자자 보호 책임자인 코리 프레이어는 “기술 산업에 사설 화폐 발행 권한을 허용하면 금융 시스템 불안정이 심화될 것”이라며 “이러한 집중된 권력을 막기 위해 과거에는 은행과 상업 부문을 분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비자 옹호단체 베터마켓츠의 정책국장 아만다 피셔도 X(구 트위터)를 통해 “거대 기업들이 규제받지 않는 은행 행위를 병행하는데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경쟁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지니어스법은 현재 상원 최종 절차 단계에 있으며, 주요 민주당 인사들의 재합류로 다음 주 초 통과가 유력시되고 있다. 이후 하원 표결을 거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명 요청될 예정이다.
블록체인협회의 정책분석 담당자인 살라 가잘은 “전통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에 주목하는 것은 디지털 자산을 투기 수단이 아닌 핵심 금융 인프라로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반영한다”며 “법안 통과의 긴급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 조시 하울리 상원의원(공화·미주리)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니어스법은 빅테크에 대한 거대한 특혜”라며 “사실상 아무런 통제 없이 기술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니어스법은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상원에서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