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수백만 수천만달러 규모 소형 상장사들,
수억달러 규모 암호화폐 준비금 계획 발표
시장조작 의혹 사례도
암호화폐 강세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시장에서는 이른바 ‘열풍’처럼 수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매입하겠다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실현 가능성과 무관하게 대규모 암호화폐 준비금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공표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14일 더블록에 따르면, 지난 몇 주간 시가총액이 매우 낮은 기업들이 엑스알피나 솔라나 등 인기 알트코인을 대거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교육, 제조, 자동차 등 암호화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업종에서 활동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싱가포르 기반 트라이던트디지털테크로, 이 회사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기업용 엑스알피(XRP) 준비금 구축을 목표로 최대 5억달러를 조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당시 트라이던트디지털의 주가는 1주당 0.40달러 미만이었으며, 시가총액은 약 1600만달러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반에크 디지털자산 부문 책임자 매슈 시겔은, 이 같은 움직임 상당수가 나스닥 상장 소형주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내부자의 펌프앤덤프 시도”라며 “시가총액이 극히 낮고, 신규 핵심 투자자에 대한 공시도 없다면 사기로 본다”고 말했다.
시겔은 이미 지난달에도 유사한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시가총액이 300만달러에 불과한 미국 상장 페니주가 중국계 경영진 주도로 8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과 트럼프코인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하면, 종목 코드를 거론조차 하지 말아야 한다”고 X에 글을 올렸다. 그는 블룸버그의 관련 보도를 인용하면서도 해당 기업의 티커명은 흐릿하게 처리해 공개하지 않았다.
해당 발언은 당시 나스닥 OTC 시장에 상장된 중국계 의류업체 애덴탁스그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8억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매입 계획을 발표했으며, 발표 당시 시가총액은 수백만달러 수준이었다. 현재 주가는 약 0.63달러다.
이어지는 솔라나·엑스알피 준비금 선언
이달 초에는 교육 기술 기업 클래서버홀딩스가 최대 5억달러 규모의 솔라나 준비금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나스닥에 상장돼 있으며, 시가총액은 1억달러 미만, 주가는 4달러 아래다.
중국계 자동차·호스피탈리티 기업 웹어스인터내셔널 역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Form 6-K)를 통해 XRP 준비금 최대 3억달러 조성 계획을 공시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도 1억달러 이하이며, 주가는 3달러 미만이다.
한편 디파이디벨롭먼트는 이들과는 약간 다른 형태로, 솔라나 확보를 위해 최대 50억달러 규모의 자사 주식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회사는 공식 웹사이트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6월을 맞아 우리는 솔라나 준비금 전략 실행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덴버 소재 투자사 RK캐피털매니지먼트와 주식 매입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으며, RK캐피털은 링크드인 소개에 따르면 “12명 규모의 직원 소유 SEC 등록 투자사로, 약 5억달러의 소형주 중심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돼 있다.
디파이디벨롭먼트의 주가는 발표 이후 급등했으나, 실제로 50억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은 여전하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지난 3월 말 약 700만달러 수준에서 최근 약 3억7900만달러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