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비트 해킹 계기… 외주 대신 재단 산하 개발조직 직접 운영
보안과 편의성 모두 충족 목표
해킹·기관 수요 동시 대응
디지털자산 멀티시그 지갑으로 알려진 세이프(Safe)가 ‘세이프 랩스(Safe Labs)’라는 새로운 개발 법인을 설립하고 기존 외주 방식에서 벗어나 개발 역량을 재편한다.
11일(현지시간) 세이프는 14억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의 바이비트 해킹 사건 이후 제품 로드맵을 강화하고 운영을 일원화하기 위해 이번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새로 출범한 세이프 랩스는 세이프 재단 산하에서 직접 운영되며, 기존에 별도 외부 개발사에 맡겼던 기술 작업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다.
세이프 랩스 최고경영자 라훌 루말라는 12일 코인데스크 인터뷰에서, 이번 변화가 사이퍼펑크 이념과 기관의 실용적 요구를 동시에 수용하기 위한 전략적 전환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존에는 보안을 강화하면 편의성이 희생되고, 편의성을 높이면 보안이 약해지는 구조였다”며 “세이프 랩스는 이러한 이분법 자체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루말라는 또한 “더 이상 사이버 공격을 방어하는 수준이 아니다. 우리는 사이버 전쟁에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프로젝트 차원이나 기업 차원을 넘어 이더리움과 암호화폐 생태계 전체가 인식 전환을 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편은 지난 2월 발생한 해킹 사건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세이프의 스마트 계약은 훼손되지 않았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인 웹 애플리케이션에 북한 라자루스 그룹이 악성 코드를 심어, 바이비트 최고경영자가 해당 코드에 속아 자금을 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말라는 “익명성, 프라이버시, 자산 자율 보관, 투명성, 오픈소스 등 우리가 중요시하던 가치들이 역으로 악용됐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세이프 플랫폼은 이후에도 사용자 이탈 없이, 이더리움 가상머신(EVM) 호환 네트워크 전체 거래량의 약 10%를 계속 처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