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서 뚜렷한 움직임 없어
코스피 일시적 3년 5개월만에 2900선 돌파
시장 전문가들 “예비 합의일 뿐…구체적 내용이 관건”
11일 미국과 중국이 예비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에도 아시아 시장은 대체로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공개되기를 기다리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다.
한편 코스피는 3년 5개월만에 2900선을 돌파한 후 장중 0.5% 상승한 2880포인트선에 있다. 코스닥은 1% 상승한 779포인트다.
이번 합의 소식에 미국 주가지수 선물이 소폭 하락하고 역외 위안화와 엔화 가치는 거의 변동이 없는 등 시장의 초기 반응은 제한적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합의가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결여된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고 평가하며, 향후 양국 관계의 신뢰 회복과 구체적인 이행 여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레이 아트릴 내셔널 호주은행(NAB) 외환 전략 책임자는 “미·중 합의 소식에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등 경기 순환에 민감한 통화들이 소폭 상승했으나, 이는 아직 악수 수준의 합의에 불과하다”며 “악마는 디테일에 있으며,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시드니 인투치 캐피털 마켓의 션 캘로우 선임 분석가는 “세부 내용을 확인해야겠지만, 희토류 수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경기 침체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낙관론은 일시적일 것이며 7월 9일로 예정된 다른 모든 협상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리 렁 시드니 글로벌 X ETF 투자 전략가는 “이번 제네바 합의 소식은 지난주 관세 철회와 양국 정상 통화 이후 이어진 긍정적 흐름에 힘을 보태는 정도”라며 “이미 MSCI 중국 지수와 항셍테크 지수가 지난 한 주간 18% 이상 상승했기 때문에 새로운 동력이라기보다는 확인의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중국 본토 증시에 대한 순매수세가 유입되고 기업 이익 전망치가 안정되는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감지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순 투자 비중이 5년 내 최저치에 가까워 추가 상승 여력은 있다”고 덧붙였다.
윌슨 자산운용의 매튜 하웁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기존에 합의된 내용에 몇 가지 추가 양보를 더한 수준이지만, 이번 회담의 중요성은 상호 이익이 되는 진전을 이루려는 의지를 내비친 데 있다”며 “대화가 악화되지 않고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삭소 마켓의 차루 차나나 수석 투자 전략가는 “시장은 대립에서 협력으로의 전환을 환영하겠지만, 추가 회담 일정이 없다는 점은 아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합의가 중국 시장, 특히 글로벌 무역과 기술 분야에 단기적인 안도감을 줄 수 있으나, 반도체 통제나 국가 안보 같은 구조적 문제가 남아있어 상승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드니 KCM 트레이드의 팀 워터러 수석 시장 분석가는 “아직 실제 합의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진전으로 평가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며 “양측의 건설적인 발언과 맞물려 당분간 관세 우려를 잠재울 수는 있겠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희토류와 첨단 반도체 무역이 재개될 길은 열려 있지만, 런던 회담에서 양측이 진전을 내세웠음에도 구체적인 합의를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불확실성이 아시아 시장의 상승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