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 균열, SNS서 공개 설전
정부 계약·탄핵까지 거론하며 충돌
백악관, 파국 막기 위해 통화 주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가 격렬한 공개 설전 끝에 6일(현지시간) 전화 통화를 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한때 돈독했던 동맹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자 백악관이 직접 나서 갈등 봉합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백악관 관계자는 두 사람이 이날 통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시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통화 소식은 폴리티코가 가장 먼저 보도했으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맹비난을 주고받으며 극단으로 치달았던 양측의 갈등이 완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두 사람의 갈등은 금융 시장에도 즉각적인 충격을 줬다. 전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TSLA) 주가는 하루 만에 14% 넘게 폭락하며 사상 최대치인 약 1500억달러(약 204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하지만 통화 소식이 전해진 6일 개장 전 거래에서는 주가가 5%까지 반등하며 일부 손실을 만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DJT) 주가 역시 전날 8% 이상 하락했다가 이날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머스크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의 주요 자금줄 역할을 했으며, 이후 대통령의 가장 눈에 띄는 조언자 중 한 명으로 발탁돼 연방 정부 조직 축소 및 지출 삭감이라는 논쟁적인 정책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머스크가 정부 효율성 부서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 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 및 지출 법안이 36조 2000억달러에 달하는 국가 부채를 가중시킬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머스크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고 언급하며 침묵을 깼고, 이후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그는 “일론과 나는 훌륭한 관계였지만, 앞으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를 통해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와 공화당 측에 약 3억달러(약 4080억원)를 후원한 사실을 거론하며 “내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선거에서 패배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트럼프의 대표 정책인 수입 관세가 올해 하반기 미국을 경기 침체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절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종료하는 것”이라며 초강수를 뒀다. 설전이 극에 달하면서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는 게시물에 “그렇다”고 답하고, 정부 계약 중단 위협에 맞서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 퇴역 절차를 시작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드래건은 현재 미국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우주비행사를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유인 우주선이다.
다만 머스크는 이후 드래곤 퇴역 위협을 철회하고,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이 두 사람이 화해해야 한다는 글을 올리자 “당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답하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머스크의 자금 지원이 끊기거나 실리콘밸리 내 트럼프 지지 기반이 약화돼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화당 전략가는 로이터에 “일론은 지난 선거 국면에서 지상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며 “그가 중간선거에서 발을 뺀다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