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간담회서 기술자·사업자 양자위협 논의
비공개키 역산 가능성 “공개된 구 지갑에 BTC 400만개…준비 안되면 패닉”
4일 암호화폐 전문 매체 디크립트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발전 속도에 따라, 수십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이 한순간에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5’ 컨퍼런스 기간 중 인근 고급 식당에서 열린 비공개 간담회에서다.
이 자리는 비트코인 채굴업체 마라톤디지털이 인큐베이팅한 멀티체인 레이어2 네트워크 ‘안두로’와 2017년 설립된 암호화폐 보험사 ‘에버타스’가 주최했다. 간담회에는 안두로의 프로토콜 엔지니어 헌터 비스트, 마라톤의 엔지니어링 디렉터 마이클 B. 케이시가 발표자로 참석했으며, 미국 재무부 관계자에게도 초청장이 전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스트와 케이시는 “비트코인 알고리즘이 경고 없이 해독될 수 있으며, 공격자는 수조원대 지갑을 한꺼번에 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기존 예측보다 20배 적은 양자 자원만으로 RSA 암호화를 해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딜로이트는 관련 연구에서 “비트코인 유통량 중 약 400만개(약 4200억달러·약 580조원 상당)의 지갑이 양자공격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초창기 비트코인 주소인 P2PK(pay-to-public-key)는 현재의 해시 기반 서명보다 훨씬 취약하다. 이 주소 형식은 사토시 나카모토와 초기 채굴자들이 사용했던 방식이다.
자산을 보다 안전한 주소로 옮기는 방식이 대응책이 될 수 있지만, 개인키를 잃어버린 경우나 거래소 공개 입금주소처럼 불특정 다수가 접근하는 경우에는 실질적인 조치가 어렵다. 케이시는 “P2PK 기반 트랜잭션을 블록당 1건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통해 공격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해커들이 서로 수수료 경쟁을 하게 만들고, 공격 영향력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대안으로는, 비스트가 제안한 BIP 360이 있다. 이는 양자 내성 암호를 적용한 새로운 주소 유형을 도입하는 것으로, 보안 수준에 따라 여러 종류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역시 모든 보유자가 주소를 새롭게 이전해야 하며, 거래 데이터 용량 증가에 따른 논쟁이 예상된다.
비트코인 자산운용사 카사의 최고기술책임자 제임슨 롭은 “양자 서명 기술은 데이터 크기가 방대해 결국 블록크기 논쟁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수십년 여유가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직 미 육군 특수부대 장교이자 ‘프로젝트 11’ 공동 창립자인 알렉스 프루든은 “비트코인 커뮤니티는 이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11은 현재 테스트 수준의 암호 알고리즘을 뚫는 자에게 비트코인 보상금을 제공하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간담회 말미, 월가 출신 수학자가 “하이퍼리퀴드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 공매도 포지션을 여십시오.”라며 참석자들의 긴장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